전북 장수군 장계면 논개 생가지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정자 현판이 걸려있다. 장수사랑 논개지기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전북 장수군 장계면 주논개 생가지 정자의 현판과 이를 칭송하는 내용의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어 주민들이 철거 추진에 나섰다.
서명운동을 맡은 공동대책위원회 ‘장수사랑 논개지기’는 지난달 말부터 현판과 표지석 철거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선시대 열녀인 주논개(1574~1593)는 임진왜란 당시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왜장과 함께 남강에 투신했다. 그의 충절을 기려 의암이라고 부르며, 장수군은 그의 고향이다.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논개 생가지에는 관문을 지나면 오른편 연못에 ‘단아정’(丹娥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 현판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후인 1999년 10월 썼다고 한자로 표기돼 있다. 그 옆의 커다란 돌 표지석에는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지난 1986년 생가를 복원하게 하였고 오늘에는 이 정자에 ‘단아정’이란 친필을 남겨 그 뜻을 기리고자 하였으니 그 얼이 높고 선양되어 영원히 빛날 것이다”라는 칭송 글이 적혀 있다.
철거운동은 장수군청 누리집 ‘군수에게 바란다’에 지난 8월12일 한 군민이 ‘논개님 생가에 전두환 현판과 표지석이라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했다. 이 군민은 “구국의 여신인 논개님 성지에 살인마라 지칭받는 자의 현판이 걸려있고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는 것은 장수군의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추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왜 철거돼야 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라며 철거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논개 생가지 정자 현판 옆에 이를 칭송하는 내용의 표지석이 있다. 장수사랑 논개지기 제공
철거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친일화가가 그렸다는 논개의 영정과 현판 철거를 위한 군민들의 정화운동이 있었으나, 논개 영정만 새롭게 그려 교체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현판과 표지석은 그대로 남았다.
대책위는 “생가지가 1997~2000년 2만여평에 자리를 옮겨 조성됐다. 이때 전두환씨한테서 현판 글씨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논개성역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1차로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서명을 전개하고, 여러 단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군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수군은 누리집에 “단아정 현판 및 비석 철거 계획은 없으며 추후 관련기관 및 단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친후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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