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전.정대하 기자
“80, 90대의 고령이 되어 버린 그녀들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응어리는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되어 버렸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전을 여는 안세홍 사진가는 7일 “이번 전시를 통해 고통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피해자들의 마음이 시민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된 이번 전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광주 시민단체, 겹겹프로젝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연대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전을 여는 안세홍 사진가는 1996년부터 아시아 각국 피해자 140 명을 직접 만나 모습을 담았다. 정대하 기자
이번 전시엔 안 작가가 1996년부터 최근까지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변방 등에서 만난 140여명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과 각 나라 위안소 등 18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 작품엔 최근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로 거센 논란이 일었던 일본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했던 사진들도 포함됐다. 그는 2012년 도쿄 니콘살롱에서 일방적으로 중지된 사진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재판을 승소로 이끈 작가이기도 하다.
안 작가는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기록과 지원사업인 ‘겹겹프로젝트’를 통해 1996년부터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에서 만난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는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도 그녀들은 스스럼 없이 나를 맞아주었고,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눈물과 고통을 보여 주었다. 일본군에 의해 강탈당한 그녀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전을 여는 안세홍 사진가가 지난 6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 기간에는 안 작가가 매일 오후 4시 직접 사진을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 작가는 광주를 시작으로 제주·부산·대전 등 전국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외면으로 그녀들의 고통은 겹겹이 쌓여만 가고 있고, 병든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며 “그녀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기억과 눈물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의 역사와 인권으로 남아야 한다”고 적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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