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호 교수가 개발해 헌정한 새 품종 장미 ‘소녀’. 사진 한태호 교수 제공
“꽃에 품종 이름을 붙여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사건과 사람들에게 바치는 것이지요.”
최근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소녀’라는 새 장미 품종을 헌정한 전남대 한태호(50·원예생명공학과) 교수는 5일 “새로 육종한 흰색 장미가 할머니들의 삶과 닮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개발한 백장미 ‘소녀’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평화의 장미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소녀’는 다른 장미와 달리 꽃이 진 뒤 흰색으로 마릅니다. 애잔하면서도 자태가 복스럽습니다. 정갈한 기운으로 사시면서 역사 진상 규명에 앞장서는 모습이 이 꽃의 이미지와 비슷해 헌정했습니다.”
‘소녀’는 지난 10월 초 국립종자원에 신품종으로 출원했다. 평화의 장미 공원 조성은 한국장미회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욱균 회장과 한 교수 등 국내 장미 애호가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장미회는 지난해 나눔의집에 신품종 장미 헌정 계획을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 한 교수는 “할머니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에 공감한 시민들이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크라우딩 펀드에 참여해 함께 자금을 모아 정원을 완성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태호 전남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평화의 장미 정원’에 새 품종 배장미 ‘소녀’를 심고 있다. 사진 한태호 교수 제공
한 교수는 민간 육종 분야 권위자다. 그는 지금껏 장미 47품종과 수국 9품종, 알스트로메리아 9품종을 새로 개발해 출원 등록한 상태다. 세계 화훼산업의 중심지 네델란드로 유학을 떠나 와게닌겐대학 육종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유럽에선 자율성이 강한 가족기업들이 육종으로 화훼 신품종을 개발해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더 많은 민간에서 화훼 육종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스마트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에서 영농창업특성화 분야를 전공하는 미래의 청년 농업 창업자들.
한 교수는 청년 영농창업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4년 전 설립된 전남대 스마트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영농창업특성화 분야를 전공한 제자 3~4명이 농촌 현장으로 들어가 원예농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께 제자들이 생산한 농산품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영상 촬영·편집 기술을 독학으로 익혀 유튜브 방송국 ‘알장수’(알스트로메리아·장미·수국의 앞 글자를 딴 줄임말)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그는 나주에 ‘청년농부’로 정착한 제자가 생산한 ‘멜론을 직접 시식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반서진 졸업생이 청년농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여러분 청년 농부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