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영상을 유포한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순경이 구속된 가운데, 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버린 아버지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ㄱ순경의 아버지는 이달 초 전주의 한 저수지에 아들의 휴대전화를 버렸다고 13일 밝혔다. 이 휴대전화는 ㄱ순경이 지난달 말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구실을 할 영상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북경찰청은 현재까지 “그 영상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 외에는 이렇다 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종전 휴대전화 확보가 시급한 처지다. ㄱ순경이 바꾼 휴대전화에서는 관련 영상 등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버린 시점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으나, “증거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을 했다”며 증거인멸 정황은 인정했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문에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의 핵심 증거가 다수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아버지가 고의로 저수지에 버렸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증거인멸죄에 친족은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이번 경우는 처벌이 불가능해 보인다.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자 인권보호 등의 문제로 구체적 수사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ㄱ순경은 동료와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구속됐다. 전주지법 박우근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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