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보성읍에 설치된 친일인사 안용백 흉상. 광주·전남 시민단체는 즉각 철거와 함께 단죄비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제공
친일잔재청산이 한창인 광주·전남 역사단체들이 보성에 세워진 친일인사 안용백(1901∼1977) 흉상 철거와 단죄문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역사정의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4일 전남 보성군에 공문과 공개서한을 보내 “보성의 한 도로부지에 불법 설치된 안용백 흉상에 대해 행정조치를 즉각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흉상 비문에는 안용백의 관직과 교육자로서의 공적만 있을 뿐 친일 행위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후대가 흉상에 새겨진 글만 본다면 진실은 숨겨지고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흉상이 철거되더라도 훗날 또다시 다른 곳에 설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사정의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로운 시민들의 이름으로 단죄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용백 흉상은 미신고 시설인데다 설치된 곳은 군 소유지다. 군은 이달 13일 흉상을 세운 안씨 문중에 이전하라고 공문을 보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안용백 흉상은 1982년 2월 광주 중외공원이 조성될 때 전남도교육위원회와 시도교육감단, 경남중고교 동창회 등이 세웠다. 2013년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3·1운동기념탑과 친일인사 동상이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광주시는 곧바로 철거했다. 이후 광주시청에 보관돼 있다가 이듬해 안씨 문중에 의해 보성읍의 한 도로에 다시 세워졌고 지난달 이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901년 보성에 태어난 안용백은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학무국에서 일했다. 경남 하동군수를 지내고 경남 중고등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한 데 이어 문교부 고등교육국장, 전남교육위원회 교육감 등을 맡았다. 안용백은 학무국 근무 당시 <조선>, <녹기>, <내선일체> 등 친일잡지에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 정책을 지지하는 글과 함께 전쟁에 협력하자는 글을 다수 게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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