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던 50대 이주여성과 남편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치단체는 이 부부에게 응급안전알림서비스를 지원했지만 위급 상황을 알아채지 못했다.
7일 광주남부경찰서, 광주시 남구청의 말을 종합하면 6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시 남구 주월동의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인 ㄱ(63)씨와 필리핀 출신 아내 ㄴ(5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사회복지사가 발견해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ㄱ씨는 침대 옆 방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었고, ㄴ씨는 ㄱ씨와 반대 방향으로 이불이 덮어진 째 엎드려 숨져 있었다. 침대 온열매트, 텔레비전, 형광등은 켜진 상태였고 방바닥은 온기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ㄱ씨는 저체온증, ㄴ씨는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숨진 시점은 이달 1∼2일께로 추정됐다.
경찰은 ㄴ씨가 쓰러지자 이를 본 ㄱ씨가 침대에서 내려와 부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차가운 방바닥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는 2015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ㄴ씨는 특별한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채 남편 병간호에 전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정부지원금 130여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남구청은 2015년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사업’의 하나로, ㄱ씨 부부의 방 천장에 동작감지기를 설치했지만 부부의 응급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부부의 집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지난달 29일부터 ㄱ씨의 안방 천장에 설치된 동작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ㄱ씨 부부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서야 자택으로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청 관계자는 “평소 ㄴ씨 건강 상태가 좋았고 부부가 병원이나 가족 집에 가면 며칠째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어 해당 사회복지사가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 응급알림서비스를 점검해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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