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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와의 사제 정 품었다…‘완당예고’ 최초 공개

등록 2020-01-07 15:21수정 2020-01-11 12:01

최준호 광주대 교수 연구 결과 발표
제자 오규일이 1840년대 제작 추정
옥새 보다 큰 크기…예술성 뛰어나
최준호 광주대 교수가 최초 공개한 인장 ‘완당예고’. 추사 김정희의 제자 소산 오규일이 제작한 것으로 국내 최대 크기로 추정되고 있다. 최준호 교수 제공
최준호 광주대 교수가 최초 공개한 인장 ‘완당예고’. 추사 김정희의 제자 소산 오규일이 제작한 것으로 국내 최대 크기로 추정되고 있다. 최준호 교수 제공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제자 소산(小山) 오규일(1800년 초 출생 추정)이 스승을 위해 제작한 국내 최대급 인장 ‘완당예고’(阮堂隷古)가 공개됐다. ‘완당’은 추사의 또 다른 호이고 ‘예고’는 ‘예서가 서법의 시조’라는 추사의 철학을 반영한 문구다.

6일 최준호 광주대학교 융합디자인학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30년간 진행한 완당예고에 대한 연구가 끝나 논문 ‘오규일이 새긴 인장 완당예고의 융합 요소 분석’과 함께 실물을 최초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완당예고는 직사각형 모양(가로 166㎜×세로 168㎜×높이 247㎜)으로 윗부분에는 새끼를 업은 두꺼비가 새겨져 있다. 무게는 12.8㎏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 재임한 순조의 옥새 ‘명경문인대왕태지보’(1837년 제작, 115×115×118㎜) 보다도 큰 크기다.

앞서 오규일이 새긴 추사 관련 인장 ‘완당’(阮堂)과 ‘김정희인’(金正喜印)은 김정희 종가 유물에 포함돼 1971년 보물 제547호로 지정됐다. 최 교수는 보물로 지정된 인장의 인면이 2.5㎝인 점으로 봤을 때 완당예고는 크기나 예술성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뉴(손잡이)와 인문(인장에 새긴 글씨), 박의(인장에 새긴 부조)는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작업하지만 완당예고는 오규일이 모든 과정을 혼자 했다. 이는 인장의 변관(인장 측면에 새긴 글씨) ‘오규일뉴전근각’(吳圭一紐篆謹刻)’을 통해 확인됐다. ‘오규일이 인뉴를 조각하고 스승을 위해 전문 완당예고를 삼가 새긴다’는 뜻이다.

인뉴와 변관은 충도법(밀어 새김), 인문은 충도법과 절도법(끊어 새김)을 혼용해 제작한 것으로 분석돼 오규일이 상당한 수준의 전각 제작기술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인장 ‘완당예고’의 밑부분. 완당은 김정희의 호, 예고는 김정희의 서법 철학으로 오규일이 김정희 글씨를 본따 새겼다. 최준호 교수 제공
인장 ‘완당예고’의 밑부분. 완당은 김정희의 호, 예고는 김정희의 서법 철학으로 오규일이 김정희 글씨를 본따 새겼다. 최준호 교수 제공
제작 시기는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 간 1840년 전후로 추정된다. 추사에게 서법과 전각에 대한 철학을 배우던 오규일은 20대였던 1830년대 집중적으로 전각을 제작했고 10년 뒤인 30대 초반에 눈이 멀었다.

최 교수는 그동안 학계에서 불거졌던 추사 인장 진위 논란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사 관련 인장은 300여개가 존재하지만 작품에 사용하지 않은 인장에 대해서는 가짜라는 인식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28개 인장만 진품으로 보고 있다.

최 교수는 “옥새보다 큰 인장 사용이 금기시되는 조선시대 상황으로 봤을 때 오규일이 유배를 떠난 스승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장은 사용자가 아닌 제작자 위주로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30년 전 완당예고 입수 당시에는 추사 관련 인장이라고 하면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끝에 지금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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