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5일 오전 광주21세기병원에서 음압병동이 마련된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이 아내 퇴원날인데, 격리돼서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진 않았을지….”
5일 오전 10시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21세기병원 앞에서 만난 ㄱ(73)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부인은 지난 3일 손가락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다가 병원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자가 이 병원에서 딸을 간병했고, 그 딸이 5일 18번 확진자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ㄱ씨 부인은 이들이 머문 병원 3층이 아닌 6층 병실에 있어서 접촉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족들은 안심하지 못했다.
병원은 전날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가 이날 정문을 폐쇄한 채 일체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일부 환자 가족들은 1층 창문을 통해 수건·이불 등 생활용품을 병원 직원에게 건네며 가족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전날 갑작스러운 출입 통제에 일부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 쪽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오전 추가 확진자가 확인되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찰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인력을 배치했지만 환자 가족들은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ㄱ씨는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니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 중 누군가 돌봐줘야 하는데 갑자기 병원 출입이 통제되니 답답하다. 오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는 말이 있어 얼굴이라도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주변은 한산한 모습이었만, 이틀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광주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타이를 여행하고 지난달 19일 귀국한 16번째 확진자의 감염 경로와 광주 안에서의 구체적인 동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동훈(37)씨는 “확진자와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카카오톡 등 에스엔에스(SNS)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 동선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장소에 가기가 꺼려진다. 딸아이를 생각해서 집에 들어가면 아이 얼굴을 보기 전에 우선 몸부터 씻는 게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주부 3만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도 지난 3일부터 “이제 밖에 안 나가야겠네요” “무서워서 어떻게 다니나요. 엘리베이터 버튼에 소독약 뿌려야겠네요” 등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우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21세기병원 인근 커피숍 점주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퍼지며 어제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더니 오늘은 아예 없다. 나도 건강이 염려되기도 해 당분간 휴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광주시장과 맞닿은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아무개(82) 할머니도 “어제부터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며 “건강도 걱정돼 일찍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는 16·18번째 확진자 접촉자들을 서둘러 격리시켰다. 지난달 26일 16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모두 306명이다. 이 가운데 21세기병원 환자·의료진 121명 중 3층에 있던 25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이 병원에 1인1실 격리했고, 5~6층 환자 27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광주소방학교생활관에 1인1실 격리조치 했다. 나머지는 자가격리 했다.
광주시는 이날 광주시교육청· 5개 자치구와 함께 신종코로나 대책 회의를 거쳐 광주 관내 290곳 유치원과 1천122곳 어린이집의 휴원을 권고하기로 했다.
광주/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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