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 등을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지씨의 지지자들과 5·18단체 회원들이 서로 항의하며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지만원(79)씨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5월 단체는 지씨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재판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씨와 피해자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씨는 14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18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주장은 2012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에서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역사에 대한 의견을 주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전라도 출신이라 법적 잣대가 잘못됐다. 국방부에서도 5·18 북한군 소행에 대해 명확히 밝힌 적이 없는데, 판사가 왜 판단을 하느냐. 항소해서 유죄 여부를 다시 다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5월 단체는 지씨가 무죄 주장 근거로 삼은 대법원 판단과 남부지검 처분은 이번 사건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지씨는 2008년 1월 자신의 인터넷 누리집에 “광주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됐다”는 글을 올렸고, 지난해 2월 국회 자유한국당 공청회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발언해 5월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에는 특정인을 북한군으로 지칭하지 않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옛 사진 속 광주시민들을 북한특수군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고,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주인공인 고 김사복씨를 ‘빨갱이’로 표현하는 등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목적이 인정됐다.
5월 단체도 항소심에서 지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검찰 쪽은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판결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지씨의 항소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도 항소해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추가 자료를 수집해 변호사, 5·18전문가들과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13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고령과 성실한 재판 출석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육군사관학교 22기 출신 지씨는 대령으로 예편한 후 온건 보수 성향을 보이며 한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진 뒤 2002년 <동아일보>에 “김 전 대통령이 북한 김일성 주석과 짜고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을 광주에 투입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싣으며 5·18 북한군 투입설을 처음 주장했다. 이후 저서와 극우언론, 자신의 온라인 누리집을 통해 5·18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해 5·18단체에게 1억8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는 등 그를 둘러싼 법적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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