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열리는 3·1절 101주년 기획전시 ‘두 개의 깃발’ 전시장 모습. 왼쪽 그림이 박건 작가의 ‘두 개의 깃발’이다. 갤러리 생각상자 제공
도쿄올림픽에서 응원할 때 욱일기 사용을 허용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판하는 전시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광역시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3·1절 101주년 기념전시 ‘두 개의 깃발’이 열리고 있다. 전시 주제 ‘두 개의 깃발’은 20세기 초 벌어졌던 반인륜적인 국가 범죄를 상징하는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와 독일 나치당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를 의미한다.
이 전시는 오는 7월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응원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평소 사회성이 드러나는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들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의 모양이 욱일기를 연상시키고 또 의류나 만화 등 곳곳에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기로 뜻을 모았다. 참여 작가는 고근호, 김문성, 류범열, 박건, 박소산, 박재동, 오종선, 배민신, 서동환, 승지나, 이하, 주홍, 최인선, 홍성담 등 회화, 팝아트, 음악 등 각 분야 예술가 14명이다.
고근호 작가는 아베 일본 총리 모형에 붉은색 못이나 가위 등을 꽂은 설치작품 ‘부메랑’을 통해 현재 일본의 우경화 사상이 훗날 위협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광주광역시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리고 있는 ‘두 개의 깃발’전에 전시된 홍성담 작가의 ‘아베가 나베를 낳으시고’. 갤러리 생각상자 제공
박재동 작가의 회화 ‘욱일기’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쓰러진 소녀를 욱일기 안에 그려 넣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반성 없는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홍성담 작가가 그린 ‘아베가 나베를 낳으시고’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흉내 내 아베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일부 보수 정치인을 꼬집었다. 주홍 작가는 올림픽 오륜기를 핵폐기물 위험 표시, 욱일기, 해골 등으로 표현한 ‘2020 도쿄 욱일기’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코로나 여파가 진정되면 욱일기 폐기 퍼포먼스를 펼쳐 ‘욱일기 추방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주홍 작가는 “국제올림픽위원회 등 서양인들은 과거 일본의 범죄에 관해 관심이 없어 욱일기 또한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욱일기가 나치 깃발과 같은 전범기이자 대량학살을 상징하는 깃발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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