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왜 서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까. 수도권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의원 136명 가운데 69명이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5명은 강남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하는 집값 대책 입법화에는 뒷전인 국회의원들이 불로소득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이 공개한 ‘호남권 20대 국회의원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면, 호남권(총 31석, 제주 포함) 의원 17명이 보유한 아파트 38채 중 22채(58.9%)가 서울에 있었다. 지역구 소재 아파트는 13채(33.3%)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22채 중 10채는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있었다.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총액은 333억3천만원으로 전체(419억7천만원)의 80%를 차지했다. 지역구 아파트 평균값은 2억8천만원이었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4억5천만원(강남 4구 16억원)이었다. 2016년 3월 이후 올해 1월까지 매매하지 않고 계속 아파트를 보유해온 의원 20명이 보유한 28채 값을 분석한 결과, 지역구 아파트값이 평균 6천만원 오를 때 서울은 5억5천만원(강남 4구 6억9천만원) 뛰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의 아파트도 서울 강남 편중이 심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11명이 가진 아파트 19채 중 13채(68.4%)가 수도권에 있었다. 이 중 서울 소재 11채는 모두 강남 4구에 있었다. 지역구인 대구에 있는 아파트는 6채에 불과했다. 이들이 보유한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평균 21억9천만원, 대구 아파트값은 평균 3억8천만원이었다. 2016년 이후 대구 아파트가 한채 평균 2400만원 오르는 사이 서울 강남 아파트는 9억7천만원이나 뛰었다.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대전·충남 국회의원 13명 중 5명도 서울 강남 등지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9억9천만원이었으며, 강남 아파트 평균값은 51억원에 달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보유한 반포와 압구정동 아파트값은 각각 57억7500만원, 45억원에 달했다.
충북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5명은 모두 서울·수도권에 아파트 1~2채를 보유했으며 충북은 3채뿐이었다. 충북 의원의 수도권 아파트값이 평균 8억6천만원 오르는 동안 충북 아파트는 2천만원 떨어졌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세종시 단독주택과 함께 서울 관악구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갖고 있다.
강원 국회의원 7명 중 4명이 서울에, 이 가운데 3명은 강남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서울 아파트값 총액은 45억4200만원으로, 한채당 평균 11억3천만원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아파트를 보유한 의원은 223명(347채)인데, 이 가운데 153명이 서울에 171채(49.2%)를, 69명이 강남 4구에 82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아파트값은 3520억원이고, 서울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9%(2777억원)였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은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불공정 공시가격 개선을 위한 입법 등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집값 상승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무주택 서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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