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 일대기 그림 제작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하성흡 작가가 작품 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한손에는 화염병, 다른손에는 유인물을 든 윤상원(1950∼1980) 열사의 고뇌를 담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2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 일대기 그림 제작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하성흡 책임작가는 현재 제작하고 있는 윤상원 열사 일대기 그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열사는 5·18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을 지냈다.
하 작가는 윤상원 열사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광산구의 ‘윤상원 열사 일대기 그림 제작 용역’을 맡아 지난해 9월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보고회는 작품 작화를 앞두고 완성한 밑그림을 윤 열사의 유족, 윤상원기념사업회 관계자 등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그림은 100호 크기(가로 160㎝·세로 130㎝) 수묵채색화로 10점을 제작한다. 하 작가는 ‘일기’ ‘방황’ ‘외교관’ ‘노동자’ ‘분노’ ‘광주의 입’ ‘발포’ ‘대변인’ ‘죽음’ ‘부활’ 등 윤 열사의 생애를 10개 주제로 조명한다.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던 유년 시절부터 3남4녀 중 장남으로서의 고민, 직장생활과 노동운동, 5·18 항쟁과 산화, 노동운동 동료 박기순 열사와의 영혼결혼식 등을 순차적으로 엿볼 수 있다. 또한 1970∼80년대 광주노동운동의 사랑방이었던 옛 녹두서점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아 5·18에 가려졌던 윤 열사의 노동운동을 조명할 계획이다.
하성흡 작가가 그린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일대기 작품 ‘분노―유인물과 화염병 사이’ 밑그림. 하성흡 작가 제공
그림 제작은 김상윤 옛 녹두서점 대표와 이태복, 김상집씨 등 옛 동료, 윤 열사의 동생 윤태원씨 등이 도왔다. 작품은 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올해 11월까지 채색작업 등을 거쳐 마무리한다.
완성된 그림은 향후 광산구 신룡동 윤상원 열사 생가 인근에 들어설 기념관에 전시된다. 작품 제작 과정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메모, 스케치 등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하 작가는 “작업에 들어가며 공식적인 자료가 아닌 주변인들의 이야기 수집과 현장 방문을 통해 윤상원 개인의 삶을 추적했다. 윤 열사의 생애를 통해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많은 분들이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윤 열사는 노동운동을 하던 중 5·18이 일어나자 항쟁지도부에서 대변인 활동을 했으며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계엄군 총탄에 숨졌다. 1982년 광주지역 민주인사들은 윤 열사와 1978년 세상을 떠난 박기순과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 두 사람의 넋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광산구청은 5·18 50주년인 2030년까지 윤상원기념관, 윤상원도서관 등을 조성하는 ‘2030 윤상원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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