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친필 글씨로 제작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현판.<한겨레>자료사진
국가보훈처가 국립대전현충원의 전두환 친필 현판과 헌시비(獻詩碑)를 교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보훈처는 대전현충원의 전두환 현판 교체를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한겨레> 4월10일치 12면)을 받아왔다.
국가보훈처는 8일 “대전현충원 현충문에 설치된 전두환씨가 쓴 현판은 이달 안으로, 현충탑 헌시비는 7월까지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설치되는 현판과 헌시비의 서체는 지난해 안중근 의사 의거 110돌을 기념해 제작된 ‘안중근체’로 제작될 예정이다. 안중근체는 안중근 의사가 자필로 쓴 <장부가> 원본에서 글씨를 발췌해 안중근의사기념관·저작권위원회에서 개발했다. 보훈처는 우리나라 대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현판에 담아 대전현충원과 국립묘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대전현충원 현판과 헌시비는 1985년 준공을 기념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의 글씨를 받아 제작된 후 35년째 관리해온 시설물이다. 10여년 전부터 내란 목적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전씨의 글씨가 현충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 8월 시민단체에 의해 교체 요구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보훈처는 8개월 째 “검토 중”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해 비판이 쏟아졌다.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헌시비에 전두환씨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한겨레>자료사진
김대원 보훈처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수렴이 지연돼 공식발표가 애초 예상보다 수개월 늦어졌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 5월에 교체 사실을 발표하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5·18단체들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두환 현판 교체 발표가 늦었지만 일단 환영한다. 대전현충원 뿐 아니라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계엄군 사망자의 ‘전사’ 표식을 ‘순직’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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