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 전 육군참모총장. 5·18기념재단 제공
전두환(89)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출석이 예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광주지법의 말을 종합하면 전씨의 14번째 공판이 22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는 전씨 쪽 증인으로 이희성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장사복 전 전투병과교육사령부 참모장,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1일 열린 13번째 공판에서 전씨 쪽은 1980년 5월22일 육군본부가 2군사령부에 내린 ‘헬기 작전계획 실시지침’이 실제 헬기 사격으로 이어졌는지 묻기 위해 이 전 사령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의 쟁점인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해 이 전 사령관 등 이번 증인들은 진실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지만 법정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전 사령관은 올해 96세이고 다른 증인들도 70대 후반에서 80대 고령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증인들이 생존해 있으니 증인출석 요구서는 발송했으며 지금까지 불출석 사유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재판 당일 개정해서 출석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인들이 출석하더라도 기존 헬기 사격을 부인하는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1995년 검찰조사에서 이 사령관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진술했고 장사복 참모장도 “헬기 사격은 들은 적이 없고 사격 지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백성묵 대대장은 1985년 신군부의 5·18 왜곡기구인 ‘80위원회’ 활동과 관련,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코브라 헬기 조종사들의 동향 파악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신군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지난 검찰 조사와 헬기 조종사들의 증언을 볼 때 이번에도 헬기 사격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5·18 40주년을 맞은 만큼 일말의 진실을 말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아 이번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지법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청석을 65석에서 33석으로 줄이고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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