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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재판, 5·18 광주 투입 헬기부대장 모르쇠에 5·18단체 한숨

등록 2020-06-22 18:27수정 2020-06-22 23:18

항공대장 “무장헬기 투입사실 없어”
5·18단체 “진실 기대했지만 실망”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한겨레>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한겨레>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했던 헬기부대장이 법원에 나왔지만 헬기 사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오월단체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22일 광주지방법원 제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4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백성묵 전 203항공대장(중령)이 피고인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증인으로 신청됐던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대장), 장사복 전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참모장(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도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백 전 중령은 “1980년 5월21일 203항공대가 보유한 유에이치1에이치(UH-1H) 20대 중 10대를 광주 전교사에 지원했다”면서도 “출동시킬 당시부터 무장하지 않았고 실탄 등 관련 장비도 보내지 않았다. 광주에도 무장 관련 장비가 없었으니 헬기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부 지시가 있어야 헬기 사격을 하지만 관련 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사격을 한 적도 없다. 다른 부대에서 사격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당시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을 묻는 검찰 질문에 “해가 뜨기 이전이라 어두워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심 한가운데 비행할 수 없다. 다만 ‘무력시위 비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도청 주변을 낮게 비행한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전일빌딩 내부 탄흔 자국에 대해서는 “건물 외부에서 헬기 등 비행체로 사격할 수 없다. 내부 탄흔이 있다면 지상군에 의해서 생겼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앞선 재판에서 전일빌딩에 투입됐던 11공수여단 중대장은 전일빌딩 내부에서 사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백 전 중령은 1980년 5월20일 광주역 앞 집단발포, 5월21일 도청 앞 집단발포에 대해서도 당시 알지 못했다고 증언해 재판을 방청하던 5·18단체 회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5·18연구자들은 백 전 중령의 헬기 사격 부인에 대해 이미 예견됐다고 분석했다. 백 전 중령은 5·18 직후인 1983년 대령으로 진급했고 갑종 장교 출신으로는 드물게 준장에 올라 육군항공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역하는 등 신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열린다. 광주에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 이아무개씨와 함께 장사복 참모장, 이희성 사령관이 피고인 쪽 증인으로 재소환될 예정이다.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조비오 신부를 비판한 행위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것으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가 쟁점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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