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한 김 양식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불이 꺼진 방에 머물러야 했다고 주장하며 촬영한 내부 사진.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의 한 양식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언,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시민단체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3일 목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남 김 양식장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사건 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동남아시아 출신 ㄱ(25)씨와 ㄴ(23)씨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2월 해남 김 양식장에서 36개월간 일하기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올해 4월까지 하루 13∼14시간의 노동을 했다. 사장 이아무개씨와 가족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실수할 때마다 욕을 하고 머리를 때리는 등 폭언,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사업주가 지급해야 할 장화와 작업복은 노동자 개인 돈으로 충당했고 외국인등록증은 이씨가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 체불임금도 있어 노동청에 신고한 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4월24일 이씨는 ㄱ씨 등에게 ‘일이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이에 ㄱ씨 등이 다른 업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류에 서명해달라고 하자 이씨는 욕설과 함께 ㄱ씨 등의 짐을 밖으로 빼놓는 등 내쫓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ㄱ씨 등은 광주 외국인 쉼터를 전전하며 고용노동부 목포고용센터를 통해 다른 업체를 알아봤지만 이씨의 허락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ㄱ씨 등이 지난달 8일 다시 양식장으로 돌아가자 이씨의 아버지가 캄캄한 방안에 가두고 가슴을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바다, 농촌 등 고립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자주 발생하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등 증거가 없어 처벌받는 사업주들이 드물다. 행정당국은 사업장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의 피해 신고를 구체적으로 접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ㄱ씨 등은 이씨와 이씨 가족에 대해 폭행, 감금 혐의로 15일 광주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해남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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