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의 강제징집·녹화사업·선도공작 피해자들이 4월 27일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한겨레> 자료사진
전두환 정권의 강제징집·녹화사업·선도공작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선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개정안)에 강제징집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영선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4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상규명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강제징집, 녹화사업 및 선도공작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조 전 사무총장은 이날 “그동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징집에 대한 조사결과가 있었지만 피해자 개인의 규명이거나 전체적인 사업 중심으로 조사됐을 뿐이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올해 12월10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강제징집 진상규명을 조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사무총장은 또 “피해자들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프락치로 조종되며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상황이다. 피해자 명예회복과 정당한 배상을 함으로써 아픈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노영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추진위) 공동대표는 “강제징집 피해자들은 다양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피해를 밝히기를 꺼려 피해자모임이 만들어진 지 1년이 넘도록 가해자와 맞설 조직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은 다른 민주화운동 앞에 내놓을 피해사례가 크지 않다는 회한 때문에 평생 스스로 트라우마를 키웠다. 20대 초반의 기억으로 치부하는 저자세가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원호 경북대 교수도 “피해자로 파악되는 1200여명 중 추진위 회원은 250여명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지만 피해자 구술사업이 미흡하다. 추진위 집행부는 조급해하지 말고 이미 초로에 접어든 피해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우선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신군부의 강제징집 계기가 된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와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를 활용해 강제징집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법제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보수세력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회원들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거나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했고, 1982년 9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이들을 프락치로 활용하는 녹화사업을 했다. 녹화사업은 ‘좌익으로 빨갛게 물든 학생들의 의식을 푸르게 한다’는 의미다. 2006년 7월 국방부 과거사위 발표를 보면, 강제징집자는 1152명, 녹화공작 대상자는 강제징집자 921명 등 모두 1192명이었다. 이중 군대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9명의 희생자도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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