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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국민교육헌장’ 비판한 ‘교육지표 선언’ 기념식 부활

등록 2020-06-29 18:44수정 2020-06-29 20:57

1978년 전남대교수 11명 작성
비인간적 교육 비판에 큰 반향
전남대, 5년 만에 기념식 재개
29일 전남대학교 인문대 1호관 김남주기념홀에서 열린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42주년 기념식에서 관련자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29일 전남대학교 인문대 1호관 김남주기념홀에서 열린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42주년 기념식에서 관련자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 진실을 가르치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민주화, 인간화돼야 한다.”

1978년 6월27일 전남대 교수 11명이 유신정권의 교육 이데올로기였던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며 선언한 ‘우리의 교육지표’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틀 뒤인 6월29일 전남대생들은 ‘민주학생선언’을 발표하며 교수들을 지지했고 조선대 학생들을 비롯한 전국 대학가, 인권단체, 종교계로 확산하며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29일 전남대학교 인문대 1호관 김남주기념홀에서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식이 5년 만에 열렸다. 전남대는 그동안 학술대회로 기념식을 대신했지만 올해 선언 42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되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당시 선언에 참여했던 명예교수들과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당시 상황을 회고해 눈길을 모았다.

이홍길(79) 전남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유신정권은 일제 군국주의에 파시즘, 왕도정치 이데올로기를 담아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었다. 인간성을 저버린 채 일만 열심히 해 국력을 기르자는 의식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었다. 더는 굳어지기 전에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교정이 설치된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기념조형물.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전남대학교 교정이 설치된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기념조형물.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경천(79·여) 전 국회의원은 “당시 전남대 후배들이 광주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책임간사였던 나를 찾아왔다. 교수들의 교육지표 선언을 지지하는 유인물을 인쇄해달라는 것이었다. 인쇄를 해주고 나서 곧 경찰이 들이닥쳤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한평도 안 되는 광주교도소 독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5살, 3살, 1살 아이들을 못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억울하게 갇힌 사람들의 아픔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신일섭 호남대 명예교수는 ‘1978년 교육지표 사건의 역사적 의의’ 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대학의 자율과 교권회복을 요구한 교육지표 선언을 실천하려면 민주주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교수·학생·시민 등 21명이 구속됐고 500여명이 연행됐지만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한국인권운동협의회, 천주교 전국교구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에서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교육지표 사건은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민주회복 운동이자 민주투쟁이었다. 비인간화한 교육 현실을 비판한 교육지표 선언을 현 시대에서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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