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청 전경. 서구청 누리집 갈무리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직원들에 ‘갑질’을 일삼다 강등됐던 보건소장이 다시 승진해 제자리로 복귀하게 되자 관련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21일 광주시 서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서구지부의 말을 종합하면, 서구는 22일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박현희 여성아동복지과장(5급)을 4급 자리인 보건소장에 승진 발령할 계획이다.
2018년 8월 보건소장으로 재직했던 박 과장은 갑질을 일삼는다는 투서가 노조에 접수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서구 자체 감사 결과, 박 과장은 직급이 낮은 공무원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했고 볼펜으로 삿대질하거나 서류를 책상에 내던지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지소 교육장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친구들과 ‘라인댄스’를 춘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해 10월 광주시 인사위원회는 박 과장에게 중징계인 ‘강등’ 처분을 내렸다.
서구가 2년 만에 박 과장을 다시 보건소장으로 임명하려 하자, 노조는 반대 성명을 내고 지난 17일에는 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서는 강등 때 18개월 동안 승진 임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발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서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건소장이 수개월째 공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처라는 입장이다. 김남국 홍보계장은 “올해 2월 이원구 보건소장이 목포의료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5차례 보건소장을 공모했지만 무산됐다. 코로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건소장직을 대행하던 보건행정과장마저 공로연수에 들어가 부득이하게 의사면허를 가진 박 과장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종선 노조지부장은 “승진은 인사권자의 권한이라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인사 조처를 해야 한다. 구청장은 갑질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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