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사적지 11호로 지정된 옛 광주적십자병원. 광주광역시 제공
5·18 공동체 정신의 상징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27일 광주광역시 5·18선양과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시는 지난달 말 학교법인 서남학원 청산인 쪽과 옛 광주적십자 건물(대지면적 2843㎡)을 매입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매입대금은 88억4945만원이다.
현재 광주시는 서남학원 쪽과 비품, 과거 의료기록 등의 인수를 협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협의 중인 인수 물품에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생산한 자료도 있다. 광주시는 5·18기록관, 5·18기념재단과 이 자료들을 분석할 방침이다. 옛 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부상을 당한 수많은 시민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진 장소다. 부상자 치료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적십자병원으로 달려가 헌혈을 하는 등 공동체 정신을 보였다.
하지만 적십자병원은 경영 악화로 1996년 4월 서남학원재단이 인수해 서남대병원으로 바꿔 운영했지만 또다시 적자에 시달리며 2014년 폐쇄됐다. 이후 경영 부실 등으로 2018년 교육부로부터 법인 해산, 폐교 명령을 받은 서남학원은 지난해 적십자병원 터 공개 매각을 추진했다. 5·18단체 등 광주시민사회는 민간업자가 사들일 경우 공동주택 건설 등으로 공간을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해 광주시에 적십자병원을 매입할 것을 촉구했다.
서남학원은 지난 1월과 5월 공개 매각이 2차례 유찰되고 청산 허가 기간이 이달 만료해 광주시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 광주시 5·18선양과 주무관은 “옛 적십자병원 터는 9월 수립할 예정인 5·18기념사업 종합계획에 포함해 역사교육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