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남구 사직공원에서 바라본 무등산 풍경.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최근 광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추진되며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는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고 전국 최고 수준의 아파트 비율을 보여 도시가 답답해 보인다는 의견이 팽배하고 있다. 시민들은 아파트를 그만 지으라고 성토하고 있지만 광주시 등 지자체는 아파트 위주의 난개발을 지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1일 광주시와 북구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 중심가인 금남로5가 일대에 40층이 넘는 2개 아파트단지 건설이 추진 중이다. 올해 5월 북구가 공람한 ‘북동구역 재개발사업(도시정비형)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 입안’을 보면 북동 일대 13만6250㎡ 터에 2956가구 규모 20~45층 아파트 23개동이 계획돼 있다. 이곳은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다. 북동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누문동에는 27∼46층 13개동 3096가구 규모 공동주택단지(10만6481㎡)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2018년 11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으며 46층 아파트가 완성되면 광주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2013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쪽에서 촬영한 무등산. 광주광역시 제공
또 북동과 인접한 임동 전남방직(16만1983㎡)과 일신방직(14만2148㎡)도 최근 부동산업체에 매각되며 아파트가 건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동 방직공장은 1935년 일본인이 세운 공장이 시초이며, 광주의 대표적인 근대산업문화 유산이다.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신양파크호텔은 지난해 말 폐업한 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 7개동 96세대 공동주택단지가 추진돼 환경단체가 비판하고 있다. 이곳은 무등산국립공원 경계 밖 자연녹지지역에 해당해 5층 미만 주택 건축이 가능하다. 동구 지산동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주택조합 아파트를 추진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동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산동에는 근대 서양화가 오지호 생가, 6월항쟁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 생가, 독재정권에 저항한 문병란 시인 생가가 있다. 동구는 이곳을 활용해 문학관 건립, 둘레길 조성 등을 할 계획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6월24일, 지난달 31일 잇따라 성명을 내어 “도시재개발 사업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주택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광주시는 부동산 주택시장 수익 논리를 떠나 삶의 쾌적성, 도시 역사성 등을 고려해 도시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28일 간부회의에서 각 실국 담당자들에게 “역사문화자산 보존과 도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발계획을 마련해달라. 아파트 위주의 난개발이나 특혜성 시비를 차단하고 최대한 공익성을 살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무등산에서 바라본 광주 시가지의 2005년(왼쪽)과 2016년 모습. 광주광역시 제공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광주시민들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광주시는 과거에도 수차례 난개발을 막겠다며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파트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8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광주 아파트 비율은 78.9%(51만5천채 중 40만6천채)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광주 아파트 비율은 1990년 29.9%, 2000년 69.9%, 2010년 76.5%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8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6.6%로, 전국 평균(104.2%)보다 높다.
광주에 아파트가 많은 까닭은 안정적 주택 공급과 개발 이익 극대화가 맞물려 있다. 광주시가 5년마다 수립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2010년, 2020년, 2025년치에서는 매번 이런 이유로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고층 고밀 아파트를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시는 지난해 3월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상업지구에 주거용 건물이 들어설 경우 용적률을 준주거지역과 동일한 400% 이하로 적용하며 고층 건물 건설을 제한했다. 또 올해 4월에는 ‘공동주택 건축심의기준’을 정비해 고층·고밀도 병풍형 아파트 건설을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용역에 들어간 ‘2030년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도 철거 위주 주택 공급보다는 공동체 조성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거주지 생활권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나강열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광주도시계획 시민토론회에서 “아파트는 철거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노후주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재건축보다는 땅값이 낮은 도시 외곽에 아파트를 지어 대중교통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가 해체되고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상배 광주시 도시재생국장은 “시 차원에서 도시 경관 계획을 세워도 재산권을 행사하려는 개인들의 저항이 심하다. 다행히 최근 부동산 과열에 따른 시민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다. 앞으로 고층 고밀 아파트단지 건설은 제한하려고 하지만 기존에 승인된 건설 계획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