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4월27일 사자명예훼손사건재판 인정신문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다.<한겨레>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하달한 헬기사격 지침을 놓고 옛 국방부 특조위원과 전두환 쪽 변호인이 법정에서 대립했다.
24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전두환(89)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6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2017년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국방부 특조위)에 참여한 김성 전 부위원장이 검찰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씨 쪽 변호인이 부른 최해필 전 위원과 신현목 헬기조사팀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김성 전 부위원장과 전씨쪽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1980년 5월22일 오전 8시30분 계엄사령부(육군본부)가 소준열 당시 전교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사령관에서 하달한 ‘헬기 작전계획 실시지침’을 놓고 강하게 대립했다. 이 문건은 무장폭도들을 사격 소탕하고 광주천 등에 위력시위 사격을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 문건은 지침일 뿐 실제 실행 여부는 알 수 없다. 당시 명령을 받았던 소준열 사령관은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에서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국방부 특조위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런 문건을 근거로 헬기 사격을 사실이라고 결론 내린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 부위원장은 “당시 활동기간이 3개월 뿐이었고 권한 부족으로 헬기조종사나 군 문건을 강제로 조사할 수 없었다. 소준열 사령관은 1988년에는 511위원회 등 5·18 왜곡 조직 영향을 받았겠지만 1995년 검찰조사에서는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또 정 변호사는 “국방부 특조위는 1980년 5월21일 황영시 육군본부 참모차장이 김기석 전교사 부사령관에 전화를 걸어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해 강경하게 충정작전을 실시하라’는 구두명령을 근거로 제기했다. 하지만 김 부사령관은 검찰조사에서 이 명령을 거부했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시 상황에서 어떻게 명령을 거부할 수 있나. 1995년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김 부사령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정 변호사가 “특조위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김 부위원장은 “비방하지 말라”며 맞서는 등 한때 대립하기도 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다음달 21일 17차 공판을 열어 이번 공판에 나오지 않은 최해필 위원, 신현목 팀장과 지난 공판 때 전씨쪽에서 요청한 장사복 전교사 참모장, 이종구 육군본부 작전처장을 증인으로 다시 부를 예정이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 기일에 재판을 종료할 예정이지만 증인신문 경과에 따라 추가 기일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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