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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휴진’ 지지 성명에 공개 반대…한 지방의대 교수의 ‘호소’

등록 2020-09-01 09:23수정 2020-09-01 16:18

전공의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로비 전광판에 `환자의 권리와 의무' 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로비 전광판에 `환자의 권리와 의무' 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왜 우리는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에는 남 이야기처럼 애써 외면하고, 눈을 감고 있어야만 합니까?”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지난 28일 ‘교수평의회가 보낸 성명서(초안)에 대한 의견’이라는 글을 메일로 같은 대학 의대 동료 교수들에게 보냈다. 이 교수는 “교수평의회가 보낸 성명서 초안을 읽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런 내용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라며 성명서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앞서 조선대 의과대 교수평의회는 지난 27일 성명서(초안)를 의대 교수들에게 보내 동의를 요청했다. 이 성명서 초안엔 “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주장하는 ‘원점부터의 논의’에 대해 적극 지지하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 휴진과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계 갈등과 무관하지 않은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선배 의사들과 교육자들에게 있다는 게 이 굣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지방에 있는 의대 교수로서 현 상황에 대해 발언하려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온 선배 의사이자 교육자인 우리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 내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로 그는 “(초안엔)그러한 것은 일언반구도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지역 의사’조차 기르지 못한 책임의 원인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그는 “지방의 대학으로서 지역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길러내는 일에 실패한 것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역사적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광주·전남지역 고등학교 출신이 조선대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개천에 용 나는 것’과 같은 세상이 되었으며, 학교(지방 의대)를 졸업하면 대다수는 수도권으로 되돌아간다”며 “우리 병원의 몇몇 과는 기본적인 교수 숫자(정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의학교육 질을 높여야 한다’라는 이데올로기에 압도돼 그들을 따라가기에만 바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의 상황을 풀려면 의사들의 현업 복귀가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수들이 나서서 설득하자는 게 이 교수의 제언이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전문인력양성과 확충 등을 거시적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젊은 의사들은 업무에 복귀하고, 의과 대학생들도 정상적인 학사 일정에 복귀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종식된 안정적 상태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원점부터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조선대 의대 교수 평의회의 의견 수렴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반대 의견을 주시지 않으면 찬성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고 하지 말고, 한분 한분 의사를 확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조선대 의대 교수 평의회는 뒤늦게 의대 교수들을 상대로 ‘의과대학 교수 단체행동에 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 31일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 관계자는 “이 교수의 글은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이번 현안을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이 교수 지적에 따라 의대 교수 개인별로 찬반을 물었고, 다수가 찬성해 최종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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