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립극단의 객원 단원 노동인권 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청년유니온 제공
광주시립극단 객원(비상근) 단원들이 인격 모독과 불투명한 계약구조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광주 시민사회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를 꾸리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9일 광주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근 예술인들에게 인격 모독과 갑질을 일삼는 광주시립극단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사)한국민족극운동협의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청년유니온 등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시립극단이 추진했던 연극 ‘전우치’ 객원 단원으로 참여했던 장아무개씨(조연출)와 이아무개씨(배우)가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전우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상태다.
객원배우 공모에 합격한 이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6월22일부터 연습에 들어간 후 같은달 29일 발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극단 쪽은 보험을 들어놓지 않아 이씨 개인적으로 가입한 예술인 산재 보험으로 치료비를 부담하려 했지만 근로계약서 작성이 안 됐기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이씨는 7월14일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보험 혜택을 받았다.
상근직원인 무대감독은 연습에 복귀한 이씨에게 “몸이 무거워서 다친 거다” 등 막말도 했다. 극단 쪽은 이씨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극단 무대감독은 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배우 유아무개씨가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자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하는 무대 화약 장치 제조와 작동을 맡겨 리허설 도중 유씨가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상임 연출자 김아무개씨는 장씨가 급여를 많이 받는다며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음향장치 조작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광주시립극단은 2012년 24년 만에 재창단하며 예술인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작품별 단원제’를 도입한다고 했으나 오히려 상근 단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객원 단원들이 피해를 호소한 지 한 달이 됐지만 극단 쪽은 어떠한 사과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는 광주시립극단 상근단원의 상습적인 폭언과 불공정 계약 종용, 부당한 업무지시, 안전대책 미비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고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광주시립극단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문화예술회관 관장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