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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전사→순직 전환 가능’ 유권해석 받고도 뭉개는 국방부

등록 2020-09-25 05:00수정 2020-09-25 07:40

최근 법제처에서 ‘자체 심사로 가능’ 회신
국방부 “5·18조사위 권고하면 절차 진행”
5월단체 “5·18을 폭동 취급…당장 바꿔야”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사망한 계엄군의 묘비. ‘광주에서 전사’라고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사망한 계엄군의 묘비. ‘광주에서 전사’라고 새겨져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국방부가 5·18 당시 계엄군 사망자의 ‘전사’(戰死) 표기를 ‘순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고도,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군 ‘전사’ 표기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이 적(폭도)과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숨졌다는 의미여서, 5·18단체들은 줄곧 변경을 요구해왔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지난해 하반기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5·18 계엄군 22명의 ‘전사’ 표기를 직권으로 ‘순직’ 처리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자문했다. 법제처는 국방부가 외부기관의 권고 없이도 자체적으로 전공사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심하면 전사를 순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사법을 보면,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한 사망한 사람’, 순직자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직권 재심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5·18단체에 알리지 않은 채 “5·18단체가 계엄군 사망자 재심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지난해까지는 5·18단체가 계엄군 재심을 요청했으나 올해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재심이 아닌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국방부는 5·18단체 의견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공심사 재심을 권고하면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18단체는 금시초문이라며 반박한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5·18 세 단체는 올해 4월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5월 정세균 국무총리 면담에서 계엄군 전사 표기를 즉시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가 직권으로 재심할 수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도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협의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이종 5·18부상자회 회장은 “계엄군이 전사했다는 것은 광주시민이 폭도라는 것이냐. 국방부는 5·18을 폭동 취급 말고 당장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5·18조사위 쪽에서도 국방부의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송선태 위원장은 “5·18 계엄군 사망자의 전사 표기 오류를 바로잡도록 권고하는 것은 우리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 문제는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으로, 국방부가 자발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5·18조사위의 조사기간이 3년(2019년 12월~2022년 12월)인 점을 고려한 국방부가 ‘시간벌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보수정권으로 교체되면, 이 문제를 유야무야하며 넘기겠다는 의도 아니겠냐는 것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으니 국방부 스스로 ‘역사 바로잡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80년 6월 전두환 신군부는 5·18 당시 육군보병학교와의 오인사격으로 숨진 11공수여단 부대원 등 계엄군 사망자 22명의 공적서를 조작해 전사자로 둔갑시킨 뒤 훈장을 수여했다. 서울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에도 이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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