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위기를 막고 농어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고향사랑세’ 논의가 국회에서 무르익고 있다. 여야 의원 60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법률 제정 전망이 밝다.
5일 국회 의안정보를 종합하면, 지난 6~8월 석달 동안 고향사랑 기부금(제)에 관한 법률안 5건이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이 법안에는 이개호·김승남·한병도·이원욱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48명, 조수진·이양수·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 11명, 김태호 무소속 의원 1명 등 모두 6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2007년 대선 때 논의가 시작돼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 등도 2016년부터 줄기차게 도입을 촉구해왔다.
고향세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소멸위기를 맞은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도시민이 기부금을 내고, 시·군은 이를 활용해 취약계층 지원과 청소년 육성, 주민보건 증진, 주민복지 사업 등을 펼치는 제도를 이른다. 기부자한테는 세액을 공제해주고, 자치단체가 특산품으로 답례할 수도 있다.
의원들은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전체 50%를 넘어섰고, 수도권과 광역시 출향인은 1878만명으로 전체 출향인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대도시 인구 쏠림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 226곳 중 31.4%인 71곳은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대도시는 60%, 농어촌은 10%인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납세자가 소득 일부를 원하는 기초단체에 자발적으로 기부할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도시와 지방 사이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세액공제와 기업 참여 등이 활발해지며 첫해 814억원이던 기부액이 2018년엔 5조1271억원으로 63배 증가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농어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처방의 하나로 고향세 도입이 시급하다. 기부 상한액과 답례품 한도, 법인의 참여 등 쟁점은 시행령에 담더라도 이번 회기 안에 서둘러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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