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연탄 배달봉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전주연탄은행 제공
이아무개(82) 할머니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집에서 손자와 단둘이 산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는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 지난달 연탄보일러가 고장 나 걱정이 컸지만, 사회복지사를 통해 소식을 들은 전주연탄은행이 보일러를 교체해주고 연탄 200장도 전달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온전히 겨울을 나려면 연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탓에 몰아친 ‘기부 한파’가 연탄은행 불씨까지 꺼뜨리고 있다. 전주연탄은행(
www.jblovebank.com)은 10월 말까지 연탄배달 봉사 행사가 40%가량만 잡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말엔 오전, 오후 모든 일정이 빽빽이 차 있었다. 봉사 행렬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진 셈이다. 연탄 재고량 역시 확연히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5만장이었지만 올해는 1천장밖에 없었다. 50분의 1로 재고량이 준 것이다.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사람들 마음에 여유나 관심이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전북 전주시 완산동 지역에 자원봉사자 등이 연탄을 배달했다. 전주연탄은행 제공
전북지역 연탄 사용 가구는 약 8천가구다. 전주연탄은행은 이 가운데 2400가구에 300장가량씩, 80만장가량을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다. 연탄 한장 값은 800원이다. 80만장을 사려면 6억4천만원가량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100만장을 목표했으나 40만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12년 이후 최소량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만장을 줄인 80만장으로 목표를 낮춰 잡았는데도 지금까지 확보한 양은 10만장에 그친다.
2010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연 전주연탄은행의 모금 현황. 2015년부터는 광주·전남에서도 모금활동에 참여했다.
턱없이 부족한 자원봉사자 수도 고민이다. 100여명의 고정 자원봉사자가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사정이 어렵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우리는 연탄을 추억으로 이야기하지만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분들에게는 필수 에너지”라며 “행복은 소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진정한 나눔에서 온다. 연탄 한장이라도 보내는 따뜻한 마음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탄봉사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전주연탄은행 누리집에 올라온 윤국춘 대표의 인사말.
전주연탄은행은 전국 31개 지역 연탄은행 가운데 하나다. ‘배고픔과 추위가 없는 따뜻한 세상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2010년에 개원해 연탄·등유·쌀 등을 나눈다. 또 연탄보일러 설치와 무료배식, 교복·장학금 지원, 도배·장판·집수리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 등 봉사활동을 펼친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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