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광양읍 읍내리 한복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광양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 제공
2년 전 설치된 전남 광양지역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주변 일부 상인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광양 매일시장상인회와 원도심상인회 등 6개 단체는 9일 광양읍 읍내리 광양역사문화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펼침막을 나흘째 내걸었다. 이 펼침막에는 “소녀상이 공간을 불법 점유했다. 시민의 휴식공간을 축소하고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이전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들은 “소녀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소녀상으로 인해 도시재생과 지역발전에 차질을 빚고 있어 이전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펼침막은 이날 불법 광고물로 판단한 광양시에 의해 철거됐다.
소녀상이 생존권 쟁취와 상권 활성화를 막는다는 취지의 펼침막. 전남 광양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 제공
이 소녀상은 2018년 2월 제작·설치됐고, 3·1절에 맞춰 제막됐다. 당시 소녀상 건립추진위에는 300여개 지역단체가 참여했고, 초등학생들도 저금통을 깨서 모금에 참여하는 등 지지를 받았다. 건립추진위는 3천여명이 참여한 여론조사에서 후보지 3곳 중 읍내 한복판이고 여순사건 때 비극의 현장이었던 광양역사문화관 앞을 설치 장소로 선정했다. 상인들은 설치 당시에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했다가 취지에 공감한다며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각계각층의 뜻을 모아 세운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주장에 광양시민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출근길에 이를 본 시민들은 ‘낯부끄러운 현수막을 철거하라’며 광양시청과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추진위에서 모금을 맡았던 강필성씨는 “(평화의소녀상은)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건립했다. 상권이 침체한 이유는 원도심 쇠락과 코로나 여파이지, 결코 소녀상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진위 인사들은 조만간 펼침막을 걸었던 이들을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