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관이 유전자 채취를 위해 무명열사 묘를 개장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40년 동안 쓸쓸히 잠들어있던 5·18민주화운동 무명열사의 가족을 찾으려는 시도가 다시 시작된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는 19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980년 5·18 당시 희생됐지만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무명열사 분묘 3기를 개장해 유전자 검사용 검삿감(시료)을 채취했다.
5·18묘지에 있는 무명열사 묘는 5기다. 전남대학교 법의학교실은 무명열사 5명 모두의 뼛조각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동안 유전자 분석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졌다. 이번에 검삿감을 채취한 3기는 더는 뼛조각에서 유전자를 검출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분묘가 개장된 무명열사 3명 가운데 2명은 성인 남성, 한명은 4∼6살 어린이로 추정된다.
5·18조사위는 범죄수사에서 유전자 비교에 활용되는 에스티아르(STR) 기법과 함께 고도로 훼손된 인체 시료를 분석할 수 있는 에스엔피(SNP)기법도 동원할 예정이다. 에스엔피기법은 부모, 형제뿐 아니라 방계(삼촌, 조카 등)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채취한 유전자는 광주시가 확보한 행방불명자 가족 370명의 유전자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박종태 전남대 의대 교수(법의학)는 “4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유해가 삭아 유전자 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면 수월하게 비교 분석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옛 5·18묘역에 안장된 무명열사 묘 11기를 새 묘역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2002년 3명, 2006년 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공식 인정된 5·18 행방불명자는 78명이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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