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소화자매원에서 김희중 천주교광주대교구 대주교가 선고 공판을 앞둔 전두환씨에 대해 5·18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광주 천주교 정평위) 사제들이 사자명예훼손사건 선고를 앞둔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엄벌을 촉구했다.
광주 천주교 정평위는 24일 광주광역시 남구 소화자매원에서 열린 쌀 나눔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은 1980년 5월 광주의 행위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히고 용서와 사죄를 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전두환이 저지른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은 조비오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5월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광주시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천주교광주대교구 사제단과 광주시민은 한마음으로 전두환에 대한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죽은 자들은 있으나 죽인 자가 없는 광주항쟁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고 주장했다.
정평위는 이어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시고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신다’(성경 다니엘서 2장 22절)는 하느님을 통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전두환은 더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숨기지 말고, 광주에서 희생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사죄해야 한다. 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희중 대주교는 “전두환과 5·18 폄훼 세력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성숙한 민주화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사회는 광주 천주교 정평위를 시작으로 25일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26일 광주시 순으로 전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할 예정이다. 전날 5·18 단체와 시민단체, 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고 30일 예정된 전씨 선고 공판와 관련해 전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성명 발표와 함께 재판부에 선고 공판 생중계를 요청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했던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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