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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하루 뒤 또 노조 신고, 위원장은 해고…아직도 이런 일이?

등록 2020-12-07 16:48수정 2020-12-08 02:33

광주 자동차부품사 ‘호원’
올해 9월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당한 김영옥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장이 호원 본관 앞에서 7일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올해 9월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당한 김영옥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장이 호원 본관 앞에서 7일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올초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된 광주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어용(의심)노조 출범’과 ‘노조위원장 강등·해고’, 그에 이은 ‘노조원 급감’이라는 구시대적인 노조탄압 시절 풍경이 재현되고 있다. 회사 쪽은 “해사 행위에 합당한 조처를 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자리한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의 김영옥 지회장은 지난 9월 사규를 위반한 노조 활동으로 회사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이야기는 올해 1월5일 김 지회장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호원지회 결성을 주도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30년 만에 호원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긴 처음이었다.

그런데 호원지회가 광산구청에 설립신고를 한 지 하루 만에 한국노총 산하 ‘호원노조’라는 이름의 다른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 직원 450명 가운데 호원지회에는 220명, 호원노조에는 중복가입자를 포함해 251명이 가입했다. 호원지회 노동자들은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었다며 항의집회를 열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에 호원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인정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조합비 납부 현황을 근거로 호원지회 조합원은 203명, 호원노조 조합원은 207명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기각했다.

지노위 결정이 나온 3월 회사는 김 지회장을 징계했다. 5월에는 김 지회장이 집회를 주도해 업무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반장이던 그를 두직급 아래인 평사원으로 강등했다. 이어 9월에는 사규를 위반하고, 회사에 해를 입혔다며 해고했다. 호원지회 조직부장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10월에는 호원지회를 탈퇴한 간부를 평사원이 세직급 승진하고, 호원지회 사무장은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 호원지회는 “회사는 지난달 초 근무 중 화장실이나 긴급전화는 현장관리자에게 보고한 뒤 사용하라는 공지문을 게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호원지회는 탈퇴자가 이어져 조합원 수가 120명으로 줄었고, 호원노조는 250여명으로 늘었다.

7일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자리한 자동차부품업체 호원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7일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자리한 자동차부품업체 호원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 지회장은 지난달 19일부터 회사 본관 앞 천막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회사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장영호 호원 노사협력팀 부장은 “코로나로 매출 감소가 있는 상황에서 호원지회는 특근과 잔업을 거부해 관리직과 사무실 근무자가 현장에 투입되면서 품질하락을 빚기도 했다”며 “이번 사태로 회사가 고객사에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쳐 큰 손해를 입었다”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바로가기 : 사내 집회 때 소음 기준 초과 100만원 강제이행금 결정 ‘논란’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646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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