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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돌아온 공익제보 교사, 독방 격리한 광주 명진고

등록 2020-12-09 12:07수정 2020-12-10 02:34

“학생용 책상 주며 독방에 격리”
광주 명진고가 공익제보 했다가 해임 7개월 만에 복직한 손규대 교사한테 9일 제공한 공간의 학생용 책상과 의자.
광주 명진고가 공익제보 했다가 해임 7개월 만에 복직한 손규대 교사한테 9일 제공한 공간의 학생용 책상과 의자.
“첫 출근 할 때처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교문에 들어섰어요. 그런데 학생도 교사도 만날 수가 없네요.”

학교 비리를 제보했다 해임됐던 광주 명진고 손규대(30·지리) 교사는 9일 복직발령을 받고 7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갔다. 기대를 안고 돌아간 그는 2층 교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1층 지원실에 놓인 학생용 책상과 의자로 안내됐다. 그는 이날 학생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마치 독방에 격리되듯 배치됐다.

그는 “학교가 떠날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 쪽이 마지못해 복직은 시켰지만 태도를 바꾼 것 같지는 않다. 아침에 교무실에 보낸 꽃과 떡이 내 책상으로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부푼 마음으로 출근했다. 아침 8시5분쯤 교문 앞을 지날 때는 지난해 가르쳤던 2학년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코로나19로 3개 학년 중 2학년만 등교하기 때문에 수업을 맡아 가르쳤던 1학년은 다음주에 만나게 된다.

그는 “어제는 신명나게 교사 노릇 하겠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을 꼭 한번은 웃기는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대체교사 때문에 수업도 못 하고 (별도 공간에 배치돼) 아이들도 만나지 못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명진고를 운영하는 도연학원 최신옥 전 이사장은 손 교사 채용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월 배임수재 미수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생활을 했다.

도연학원은 지난 5월 ‘영어 듣기평가 때 나태했다’는 등 이유로 손 교사를 해임해 보복성 징계라는 눈총을 샀다. 또 변호사를 선임해 손 교사 해임에 반발하는 글을 올린 학생들을 고소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연학원은 국회 국정감사와 시민단체 집회 등을 통해 거센 비판을 받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복직 결정이 나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사승인 취소에 나서겠다는 광주시교육청의 방침에 부담을 느껴왔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는 지난달 손 교사 해임과 임용취소는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학교 쪽은 “교무실에 공간이 부족하고 책상이 없어 학생용을 주었다.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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