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5·18 사적지 보존과 활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5·18 정신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세계인권선언 72주년 맞아 5·18민주화운동과 한국 민주화 정신을 조명하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광주에서 잇따라 열렸다.
광주외국인인권단체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이주민 공동체와 함께하는 5·18민주화운동 서로 배우기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독재정권과 국가폭력을 겪었던 아시아국가 외국인이 참여해 5·18과 한국 민주화 과정을 바라본 소감을 밝혔다.
2006년 한국으로 이주한 베트남 출신 홍진아씨는 “전쟁으로 남·북이 통일된 베트남은 아직도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투표하지만 사회주의인 베트남에서는 가족대표가 선거한다. 많은 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에 대해 베트남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22년째 사는 필리핀 출신 메리암 디비나그라시아 마뉴엘은 “필리핀은 1965년부터 21년간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거치며 정권에 반대한 사람들이 체포되고 살해됐다. 1986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며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뽑고 있다. 5·18과 한국 사례를 보면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파티키리 코랄라라게 나야나는 “스리랑카는 종교분쟁으로 인해 1970년대 내전이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아침에 거리에 나가면 참수당한 주검들이 거리에 널려 있는 모습도 봤다. 5·18처럼 아직도 많은 주검을 찾지 못했고 발포명령자 등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5·18 때 단 한 건의 범죄도 없었다는 것이 놀랍고 감동이었다. 5·18이 보여준 소중한 가치를 모국에 알려주고 싶다”고 발표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5·18 사적지 보존과 활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광주시 5·18선양과, 전남도 자치행정과 5·18민주화 및 과거사지원센터, 광주 5개 자치구 공무원 등이 참석해 5·18 사적지(광주 19곳, 전남 25곳)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5·18 당시 마을주민들이 자체 지역방위군을 꾸려 계엄군에 저항하다 40여명이 연행된 동구 태봉마을 사례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발굴해 웹툰이나 연극으로 소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내방송에 사적지를 알리는 내용을 추가하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베트남의 구찌터널처럼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권 관련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5‧18민중항쟁 고등학생 동지회’를 주제로 시민집담회를 열었다. 집담회에는 고교생 신분으로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계엄군에 붙잡혀 고초를 당한 김향득 사진작가가 참여해 항쟁 상황과 사라져 가는 5·18사적지를 사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사연을 소개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