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시국촛불대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백금렬 교사. <한겨레> 자료사진
“다른 삶을 살라는 뜻으로 여기고 평소 꿈이었던 소리꾼의 길을 가렵니다. 근데 공무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약하는 공무원법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교직 박탈 위기에 처한 광주 공립중학교 교사이자 소리꾼 백금렬(48)씨는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씨는 2008년 <광주문화방송>(MBC) 국악프로그램 ‘얼씨구학당’에서 진행을 맡아 얼굴을 알렸고 2016년 광주와 서울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서 사회자로 나서 걸걸한 전라도 사투리로 재치있는 말솜씨를 선보인 유명인이다.
백씨는 올해 4월14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옛 제자 4명에게 사회관계서비스망 ‘카카오톡’으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투표 권유 글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8일 자격정지 1년에 징역 6개월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자격정지형이 확정되면 백씨는 공무원법 69조에 의해 당연 퇴직해야 한다.
백씨는 “첫 투표를 앞둔 제자들에게 보낸 글이 문제가 됐다. 7월과 8월 경찰, 검찰 조사를 받으며 ‘뭐 이런 것도 수사를 하나'고 어리둥절했다. 기소가 되고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더라도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따로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다. 판결을 받고 보니 재판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했고 최소형을 선고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다만 공무원의 정치참여를 제한한 공무원법에 대해서는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전교조 광주지부 등과 함께 헌법 소원과 위헌 법률심판을 제기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시민으로서 정치 활동 자유에 대해 다퉈볼 계획이다. 집에서 성인이 된 제자들에게 글을 보냈기 때문에 사적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공직수행의 영역에 한정돼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었다.
백씨는 “이번 판결은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법에 대한 문제로 여겼으면 한다. 독재정권 시절 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하니까 그것을 못하게 하려고 만든 법이 이제는 오히려 공무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약하는 악법이 돼 버렸으니 고쳤으면 한다. 처음에는 항소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앞으론 광주시민사회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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