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전주지역 기록물인 <풍패집록>의 표지(왼쪽)와 이 책에 담긴 전라감영 기둥에 새겨진 주련문(오른쪽)의 내용. 전주역사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호남·제주를 관할한 전라감영의 선화당 주련문(기둥에 새긴 문장) 내용이 담긴 <풍패집록>(豊沛集錄)을 전주역사박물관이 확보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금까지 찾아지지 않은 전주지역의 기록물 <풍패집록>을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풍패집록>은 전주지역의 관아, 성문, 학교, 군진, 누정 등의 상량문과 시문 등을 비롯해 일반 사가의 재실 등을 일일이 필사해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말기 전주사람 채경묵이 편찬한 필사본으로 1책이며 유일본이다.
편찬시기가 1890년대로 추정되는 이 책에는 조선시대 전주부의 읍지에 해당하는 <완산지>에 실리지 않은 내용도 담고 있어 가치가 크다. 조선말 전주의 풍경 등을 보여주는 1차적 기록물로 전주의 역사문화를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관아건물의 상량문, 기문, 시 등이 주목된다. 선화당(전라감사 집무실)의 주련문을 비롯해 관풍각(고위관료를 맞았던 사랑방)과 연신당(전라감사의 휴식공간) 등에 걸려 있던 편액들이 필사돼 있다. 그동안 전라감영 선화당을 복원하고 주련문을 붙이지 못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될 수 있게 됐다. 주련문은 시구나 문장을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두는 것을 말한다. 건물의 격을 높이는 장식물로 건물 자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전주 동헌에 걸려 있던 많은 액자들도 책에 필사돼 있어 전주지역 지방통치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남고산성과 위봉산성 등의 글씨들도 필사돼 있다. 공북루, 비비정, 한벽당 등 전주지역 누각과 정자 등의 글씨가 필사돼 있다.
채경묵은 평강채씨로 전주에 살았던 가문의 후예다. 글씨를 잘 썼던 그는 조선말 전주지역의 여러 글씨를 일일이 답사하고 모아서 글로 옮겼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명사들조차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주학’의 본산을 표방하고 매년 총서를 간행한 전주역사박물관은 많은 사람이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풍패집록>의 영인본 출판에 들어갔고 내년 1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주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출간하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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