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촬영한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옛 신양파크호텔 전경. 호텔은 지난해 말 폐업했다. 광주시 제공
광주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옛 신양파크호텔 터에 공동주택 신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광주광역시와 동구청, 환경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한 광주시는 허가권자인 동구청의 판단에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동구청은 심의권자인 광주시가 인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30일 광주광역시, 광주 동구청, 무등산신양캐슬신축반대시민연대(시민연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광주시는 동구청이 심의를 요청한 신양캐슬 건축계획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해 9월 신양파크호텔을 소유한 ㈜대양인투스는 호텔 터(2만5천㎡)에 공동주택(신양캐슬)을 짓겠다는 건축계획서를 동구청에 제출했다. 국토계획법에서는 1만㎡ 이상 건축면적은 광역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광주시는 동구청이 자체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인허가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심의요청서에 포함해야 하지만 동구청이 서면 자문 결과만 첨부했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이한민 광주시 도시계획담당은 “시 조례에 서면 자문 관련 규정은 없다. 동구청에서 대면으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공동주택 신축에 대한 종합의견을 심의요청서에 첨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선 동구청의 의견을 고려해 심의하며, 시 심의를 통과할 경우 동구청이 건축 심의를 다시 열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국토계획법에서 자치구 도시계획 심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환경단체를 의식한 시가 의도적으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진철 동구청 도시개발과 계장은 “1년 3개월 동안 광주시는 네 차례의 심의 요청을 모두 보완하라고 통보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해당 공동주택 신축은 시 도시계획 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허가권자인 동구청 입장에서는 시 심의 결과를 보고 최종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광주시와 동구청이 무등산 훼손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29일 무등산 공동주택 신축 반대와 난개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 3039명의 서명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이재창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본부장은 “신양파크호텔 터는 건축이 제한된 지역이었지만 1980년 전두환 정권이 관광사업법을 들이밀며 관광호텔 건축이라는 특혜를 줬다. 이제 호텔이 폐업했으니 광주시가 터를 매입해 원상복구하고 보존하는 게 맞다. 광주시와 동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무등산 보호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981년 문을 열어 지난해 말 폐업한 신양파크호텔 터는 무등산 국립공원 경계 밖 자연녹지지역에 해당해 지상 5층 미만 주택 건축이 가능하다. ㈜대양인투스는 이곳에 지하 2층∼지상 4층 6개동 80가구 공동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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