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아파트에 방치된 고양이들이 구조자가 긴급하게 제공한 먹이를 먹고 있다. 광주광역시 캣맘협의회 제공
광주동물보호단체가 재개발사업으로 철거 예정인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수십마리를 구출했다. 고양이 주인은 길고양이 등을 보호하려는 의도였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캣맘협의회와 광주 북구청은 “지난달 29∼30일 이틀에 걸쳐 광주 북구 운암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서 고양이 21마리를 구출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북구지역 정신보건상담기관 심리상담사는 상담 대상자 ㄱ씨가 고양이 수십 마리를 키우고 있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북구청은 광주 동물보호소에 인계하기에는 고양이 수가 많다고 판단해 캣맘협의회와 함께 구출에 나섰다.
캣맘협의회 회원들이 방문한 해당 아파트는 수도와 전기가 끊겨 있었고 쓰레기와 분변이 뒤섞인 열악한 환경이었다. 캣맘협의회 쪽은 아파트 곳곳에 오래 전에 숨져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양이 사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모두 23마리가 있다고 했지만 캣맘협의회 회원들은 뒤섞인 집기 사이에 고양이가 숨어 있어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구조 첫째 날 18마리를 구조한 데 이어 둘째 날에는 먹이를 놓아둔 철창을 이용해 3마리를 더 구출했다. 고양이들은 위생 상태가 좋지 못했고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듯 야위어 있었다.
ㄱ씨는 철거가 예정된 해당 아파트를 5년 전에 월세로 빌려 애초 10마리 미만의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들은 근친교배를 지속해 숫자가 늘어난 듯 모두 비슷한 생김새였다.
구출된 고양이들은 캣맘협의회 사무실에서 수의사가 치료 중이고, 건강을 회복하면 입양시킬 예정이다. 캣맘협의회와 북구청 등은 ㄱ씨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캣맘협의회는 이번 구출을 계기로 동물 등록제 활성화와 동물 학대행위 방지를 위해 행정공무원한테 고발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동물학대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의 도입을 촉구할 방침이다.
최정순 광주 캣맘협의회 대표는 “이런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무차별 수집해 학대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지역에 사는 길고양이 보호 정책과 방안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