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현장에서 도주한 경찰관이 음주측정불응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광주광산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이아무개 경위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경위는 지난달 7일 밤 10시30분께 차를 몰고 가다 광주 북구 양산동 도로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경위는 음주단속 현장 50m를 앞두고 차를 돌려 달아났지만 경찰 순찰차에 막히며 붙잡혔다. 이후 순찰차를 타고 음주 측정장소로 이동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도주했다. 이 경위는 10시간이 지난 뒤 북부경찰서로 자진 출석해 음주를 시인했으나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가 나왔다.
애초 경찰은 음주단속 전 도주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난항을 겪었다. 경찰업무 지침상 음주단속 실시를 3차례 이상 고지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 경위에게 음주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도주죄'는 미란다원칙과 혐의를 고지받고 체포된 상태가 아니어서 성립되지 않는다.
또 위드마크 공식(,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공식)이 법원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실정도 고려했다. 과거 개그맨 이창명씨도 2017년 4월 음주 단독사고를 내고 차를 버린 채 도주한 후 9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 0%가 나왔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이씨가 0.05%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공정성을 위해 사건을 넘겨받은 광산경찰서는 이 경위가 순찰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음주단속 고지가 이뤄졌다고 보고 법률검토를 거쳐 음주측정불응죄를 적용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불응죄는 면허취소와 함께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현재 이 경위는 직위 해제 상태로 경찰은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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