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광주·전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2차 집단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전범기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광주·전남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8일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스미세키홀딩스(옛 스미토모석탄광업)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세번째 변론기일이 4월1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원고(강제동원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전날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스미세키홀딩스가 강제동원 기록 제출을 거부한 탓이다. 이에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유한 피해자들의 후생연금(산재보험) 가입기록을 먼저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료 조회를 요청해도 재판에 극도로 부정적인 일본 정부가 회신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원고 쪽은 스미세키가 보관하고 있는 강제동원 명단이나 후생연금 기록, 급여대장 등 문서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용했지만 피고 쪽은 즉시 항고했다. 스미세키홀딩스는 옛 스미토모석탄광업과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관련 기록이 없다는 이유였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변론기일에서 원고 쪽은 재판부에 강제동원 관련 문서제출 명령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쓰비시 쪽은 기록이 없다고 항고해 광주고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미쓰비시 소송은 지난 14일 세번째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지금까지의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대표는 “강제동원 당시 피해자들이 관련 기록을 가지고 귀국하기란 불가능했다. 재판에서는 객관적인 기록이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나 피해 입증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전남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87명은 2019년 4월과 지난해 1월 두차례에 걸쳐 전범기업(후신 포함) 11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와 스미세키를 상대로 한 다음 재판은 4월1일 열린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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