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체하면 아래로 추락할 것 같아서 이불을 펼쳤습니다.”
경찰과 주민이 힘을 모아 빌라 3층에서 떨어진 60대 여성을 이불로 받아내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7일 오후 10시5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빌라에서 여성의 추락이 우려된다는 주민신고가 접수됐다”고 9일 밝혔다. 신고자는 “빌라 3층 창문 아래로 여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 창문 밖으로 몸 일부가 나와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현관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출입문은 굳게 잠긴 상태였고 이를 부술 마땅한 도구도 없었다. 당시 여성의 몸은 창문을 반쯤 넘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은 “무언가를 바닥에 펼쳐서 충격을 줄여 보자”고 판단했다. 경찰관들은 빌라를 돌며 주민에게 “담요나 이불을 좀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주민들이 이불을 들고 나왔다.
60대 여성이 추락할 때 경찰관 등이 이불로 받아낸 모습. 전북경찰청 제공
결국 창문 난간의 여성이 아래로 추락했다. 대기하던 경찰관 4명과 소방대원 1명, 주민 1명은 이불을 팽팽히 잡아당겨 여성의 몸을 받아냈다. 여성이 거꾸로 떨어져서 큰 부상이 우려됐으나 이불을 맞잡은 덕에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았다. 당시 바닥과 여성의 머리 간 거리는 불과 10여㎝에 불과했다고 한다.
평소 환청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의식을 잃고 창가에 몸을 기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병원을 찾아온 경찰관에게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망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의 판단이 늦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신속하게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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