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지방 관광호텔이자 근대 호텔 중 유일하게 건물이 남아 있는 광주 옛 무등산관광호텔(등록문화재 제776호).
“산속에 있었던 무등산관광호텔은 신혼여행 장소로 인기가 있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예비검속 때는 교통이 불편한 점을 이용해 박관현 열사 등 학생운동 지도부가 숨기도 했다. 5·18 직후에도 계엄군은 이곳을 중심으로 시민군을 수색하다 헬기 추락사고가 일어나 병사 한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나의갑 전 5·18기록관장)
우리나라 첫 지방 관광호텔로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 옛 무등산관광호텔’이 역사를 담은 공간으로 거듭난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29일 “‘광주 옛 무등산관광호텔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종합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며 “원형 보존 원칙을 세우고 무등산 개발과 한국 관광호텔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5·18 관련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겠다”고 밝혔다.
1950년대 말 광주 북구 무등산 자락에 문을 연 옛 무등산관광호텔은 ‘무등산 산장’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휴양지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광주시→한국관광공사→전남일보→원효사로 주인이 바뀐 호텔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신혼여행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건물이 낡고 허름해지자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고, 경영난에 빠졌다. 한때는 개인에게 임대돼 닭요리 전문점이 들어섰지만 환경오염을 이유로 식당 영업마저 막혀 10여년간 방치됐다.
이곳은 1959년 7월 이승만 정권이 관광산업을 육성하려고 세운 첫 관광호텔이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근대 호텔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은 제주 서귀포관광호텔(1959년 8월), 설악산관광호텔(1959년 10월)은 일찌감치 개발 바람 속에 사라졌다. 그러나 옛 무등산관광호텔은 불편한 교통 덕에 개발 열풍을 피했다. 지금도 건물(408㎡) 세채가 남아 있다.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로 예비검속이 시작되자 박관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등이 외딴 이곳으로 피신해 대책을 논의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무등산국립공원에 자리한 옛 무등산관광호텔의 초창기 모습.
문화재청은 관광사적으로나 근대사적으로나 가치가 크다며 지난해 3월 등록문화재 제776호로 지정했다. 이재성 북구 문화기반조성 담당은 “옛 무등산관광호텔은 1960년대 초 서구식 목조건축 표본으로, 광주시민은 여전히 ‘무등산 산장’으로 부르며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역사 소개 공간을 만드는 등 자문단과 용역을 통해 시민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사진 광주시 북구청 제공
무등산을 배경으로 1962년 찍은 옛 무등산관광호텔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