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신순용(왼쪽) 전 3공수여단 지역대장이 김영훈 5·18유족회장의 손을 잡으며 사죄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한이 풀릴 때까지 천번 만번 사죄하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을 사살해 암매장했다고 양심 고백한 신순용(73) 전 소령(
▶관련기사: “광주 시민군 3명 사살해 암매장” 전직 소령 첫고백)이 21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는 왜곡과 폄훼 탓에 2차 피해를 보는 5·18유공자들에게도 거듭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됐던 3공수여단 11대대 지역대장이던 신 전 소령은 41년 만에 5·18민주묘지에 섰다. 계엄군 간부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신 전 소령은 참배단에 헌화한 뒤 큰절을 올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엎드려 연신 읊조렸다. 그는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옛 광주교도소 희생자(고규석, 서만오)씨의 묘역을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며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훈 5·18 유족회장 등에게 “1980년 5월21∼24일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하며 정문 경계에 투입됐고, 전 부대원이 접근하는 차량을 향해 사격했다”며 “아마 이들도 그때 발생한 사망자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 전 소령은 2017년 옛 광주교도소 앞에서 시민군 3명을 사살해 직접 암매장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해 1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5월22일 오후 1시께 옛 광주교도소 정문으로 접근하는 시위대 차량(1t 트럭)에 일제 사격해 3명을 사살한 뒤 교도소 앞 야산에 암매장했다. 20대로 보이는 이가 2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17살 전후의 고교생 정도로 보였다”며 “15대대 부대원들이 교도소 남쪽 담장 인근에 주검 12~15구, 북쪽 담장 인근에 10구를 묻는 것을 목격했다”고 양심 선언을 했다.
신 전 소령은 40년이 넘도록 왜곡된 진실 탓에 고통을 받는 피해자들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텔레비전에서 5·18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아직도 피해자들이 (사실) 왜곡으로 고통을 받는 모습에 마음 아파 광주를 방문했다”며 “5·18 당시 군인이 먼저 총을 쐈기 때문에 광주시민이 고향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장했다. 군인으로서 떳떳하지 못하게 행동했던 점을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5·18 기념재단에 “내가 쏜 총에 맞아 상처를 입은 시민을 찾고 싶다. 나 자신뿐 아니라 군의 잘못에 용서를 빌고 싶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신순용 전 3공수여단 지역대장이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단에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신 전 소령은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군인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당부했다. 그는 “광주시민에게 한을 맺히게 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다른 군인들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묘역에서 신 전 소령을 안내한 김영훈 유족회장은 그의 손을 붙잡고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신씨 또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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