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안팎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오월밥집.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따뜻한 밥과 술, 남도의 마음으로 맞이하는 사랑방입니다.”
이민철 (사)광주마당 이사장은 27일 “광주 안팎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오월밥집의 수익금은 의미있는 사회 활동기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마당은 28일 오후 5시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 중앙초등학교 후문 앞 광주마당 회관 1층에서 오월밥집 개소식을 연다. 광주마당 창립 5주년 기념일에 열리는 오월밥집 개소식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소박하게 진행된다.
‘좋은 뜻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작당하고 모의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오월밥집을 만들기 위해 시민 100명이 100만원씩 총 1억원을 모았다. 이들 오월밥집 주인의 나이는 20~70대로 다양하고, 최연소 주인은 3살 윤송이양이다. 서울시민도 7명이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공감한 분들이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힘을 모아주시는 것이 꼭 5·18 주먹밥 정신을 닮았다”고 말했다.
광주마당 건물회관 1층과 지하층에 들어선 오월마당은 70석 규모 좌석을 갖췄다. 식당 지하방 4개의 이름은 ‘1974’(민청학련), ‘1980’(5·18항쟁), ‘1987’(6월항쟁), ‘2017’(촛불항쟁) 등 역사적 사건을 상징하는 연도를 소환해 정했다. 운영을 담당하는 오월밥집의 대표음식은 “1만원짜리 백반”(조은재(29) 청년대표)이다. 기유미 실장이 날마다 장을 봐 계절음식을 맛깔나게 내놓는 ‘한상차림’(4인 기준 8만원)과 다양한 단품음식도 준비해 뒀다. 무등산막걸리, 담양 대대포막걸리, 장흥 안양막걸리 등 마실거리도 다양하다. 이 이사장은 “많은 이들이 오월밥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시대와 사회를 둘러싼 건강한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마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하다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선배’들이 중심이 돼 2016년 설립한 법인이다. 고 윤한봉 선생과 이강·김상윤·박형선씨 등 피해자 15명은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받은 보상금으로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청년·사회단체 공간으로 기부했다. 2~4층엔 광주마당, 윤상원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가 입주했다. 이 이사장은 “옳고 선한 뜻을 이으면서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어울려 새로운 일들을 꾸미는 마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월밥집은 화~토요일 오후 5시 이후에만 문을 열고, 일·월요일은 휴무다. (010)9527-0518.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마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