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최근 옛 505보안부대 터에서 발견된 방공호를 둘러본 뒤 대화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최근 5·18역사공원으로 재탄생한 옛 505보안부대(5·18사적지 26호) 터에서 일제 군시설물로 추정되는 지하 방공호가 잇따라 발견돼 지역과 역사학계의 관심이 일고 있다.
2일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전날 505보안부대 주차장 자리에서 발견된 방공호 설명회를 현장에서 열었다. 방공호는 입구가 토사에 뒤덮여 있어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언덕을 깎는 과정에서 입구가 확인됐다. 방공호 존재를 제보한 시민 박공선(64)씨는 “55~60년 전 어렸을 적 친구들과 자주 놀던 곳이었다. 수년 전 시민단체에 이를 알렸으나 입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가 옛 505보안부대 터에서 발견된 방공호에서 환풍구로 추정되는 공간을 가리키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콘크리트로 지어진 방공호 내부는 길이 40m 통로(넓이 1.2m, 높이 2m)를 거쳐 성인 30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가로 4m, 세로 10m, 높이 4m)으로 이어졌다. 역사 전문가들은 전기시설과 환기구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일제가 유사시 군 지휘소로 사용하기 위한 만든 공간으로 추정했다. 앞서 옛 505보안부대 터에서도 일제강점기 광주비행장 보급품 저장소로 추정되는 방공호(66㎡)가 발견되기도 했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광주 서구 쌍촌동 일대는 1940년대 일제 해군이 운영하는 광주비행장이 있던 자리다. 방공호 규모가 큰 것으로 봤을 때 한국인 강제징용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광주시는 일제 잔재 시설물에 대한 전면적인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고문수사를 받았던 옛 505보안부대 터를 2014년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아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지난달 20일 개방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1일 광주광역시 쌍촌동 5·18역사공원 주차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제강점기 방공호 입구.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