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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광주 붕괴사고 재개발조합 비리 의혹, ‘5·18 단체’ 회장 개입 정황

등록 2021-06-14 18:17수정 2021-06-15 02:10

조합 컨설팅업체, 회장 설립 업체와 협조 관계
조합원 “업무상 배임·재하도급 의혹 밝혀야”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2018년 10월31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임원 선거 개표 과정에서 한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2019년 12월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겨레> 입수 영상 갈무리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2018년 10월31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임원 선거 개표 과정에서 한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2019년 12월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겨레> 입수 영상 갈무리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이권다툼·비리 의혹에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인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개입된 정황이 확인됐다.

1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8년 10월31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장 선거 개표 동영상을 보면, ‘건장한 청년’ 30여명이 조합 사무실에 배치돼 있다. 재개발조합은 새 임원을 선출하는 총회에서 선관위 도장이 찍히지 않는 투표용지 문제로 갈등이 격화돼 투표함을 조합장 사무실에 두고 봉인해뒀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한 조합원은 “정체불명의 남성 1명이 드라이버로 조합장실 문 봉인을 풀어 투표함을 개봉했고, 새 임원진이 선출됐다”고 말했다. 문씨는 당시 조합원들에게 “조합 도시정비 업무를 보는 ‘미래파워’ 고문”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 5층 건물이 붕괴되기 한시간 전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 5층 건물이 붕괴되기 한시간 전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재개발조합 조합장실에 배치된 청년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비업체 직원들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허가를 받지 않고 경비업무를 한 혐의(경비업법 위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1명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씨는 2018년 10월께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조합 고문 자격으로 언론 취재에 응하기도 했다. 문씨는 2007년 재개발, 재건축 용역이나 대행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미래로개발의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그의 아내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후 새로 출범한 재개발조합은 2019년 1월 도시정비컨설팅 업체인 미래파워에 1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5억원만 지급했는데, 미래파워와 미래로개발은 업무 협조 관계였다. 경찰은 5억원의 흐름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래로개발은 미래파워의 행정적 업무를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조합 쪽은 추가 비용 지급과 관련해 “미래파워에 보증서 관련 업무를 새로 의뢰하고 건넸던 정당한 비용”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원은 “경찰은 5억원 추가 지급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와 재하도급 문제 등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
지난 9일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
문씨는 이후 2019년 12월 5·18 3단체 가운데 하나인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에 선출됐다. 그가 회장이 된 뒤엔 ‘조직폭력배 출신설’도 불거졌다. 1999년 폭행과 공갈, 사기와 협박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그의 판결문엔 ‘신양 오비(OB)파 행동대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문씨는 “2심 재판에서 조폭 혐의가 삭제됐다. 절대로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한편, 최근 5·18 단체 공법화를 두고 극심한 내부 갈등이 일었던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245명은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열어 문씨 해임안을 의결했다. 문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조합 쪽은 문씨 의혹과 관련해 이날 <연합뉴스>에 “(사업 관리 업무를 맡은) 정비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계셨던 분으로 폭력조직 출신인 줄은 몰랐다. 재개발사업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광주경찰청 쪽은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의 불법 비리 행위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는 원론적 견해만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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