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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이 묻혀 있던 5·18 희생자, 41년 만에 가족 품으로

등록 2021-06-15 16:51수정 2021-06-16 02:00

병원기록·DNA 검사로 신원 확인
15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명열사로 분류됐으나 최근 신원이 확인된 고 신동남씨의 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명열사로 분류됐으나 최근 신원이 확인된 고 신동남씨의 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름 없이 묘지에 누워있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신원이 41년 만에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5·18조사위)는 15일 국립5·18민주묘지 세미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무명열사(묘지번호 4-90)가 고 신동남(사망 당시 30살)씨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옛 망월동 시립묘지(구묘역)에 ‘무명’으로 안장됐던 신씨 주검은 2002년 7월 5·18 국립묘지로 이장되며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일치하는 유가족을 찾지 못했다. 당시까지 신씨는 검안 결과 생전 허리 수술을 한 적 있는 30대 남성으로만 추정됐다.

지난해 11월19일 5·18조사위는 무명열사 묘 5기 중 3기에서 유전자 검사용 검삿감(뼛조각)을 다시 채취해 광주시가 보관한 행불자 가족 386명의 유전자와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일치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조사위는 5·18 행방불명자 보상신청서와 5·18 당시 광주지역 병원 진료기록 등과 비교 분석 작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씨 동생을 찾아냈고, 훼손 정도가 심한 인체의 검삿감을 분석할 수 있는 에스엔피(SNP) 기법으로 신씨 유전자와 비교검사를 진행해 형제일 확률이 99.99996%로 나타났다. 신씨가 숨진 지 41년 만에 다시 이름을 찾은 순간이었다.

조사위는 행불자 가족 유전자 대조 검사에서 신씨와 일치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과 관련해 “신씨 가족은 1993년 7월 5·18 피해신고 보상 2차 신청 때 행방불명으로 인정되지 않자 유전자 보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씨의 당시 행적도 드러났다. 서울에 살며 미장일을 하던 신씨는 1980년 2월께 광주에 왔고 광주역 앞 여인숙에 친척 이아무개씨 등 동료 2명과 머물렀다. 5월20일 밤 신씨는 외출했다가 총상을 입어 적십자병원에 입원했다. 5·18조사위는 5월20일 3공수여단의 광주역 앞 집단발포로 총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 연락을 받은 동료 이씨는 이튿날 입원 중인 신씨를 만났다. 이튿날 다시 찾아갔지만 신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주검은 24일 5·18 당시 희생자 임시 안치장소였던 상무관으로 옮겨진 뒤였다.

신씨의 주검은 신원 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생기면서 잠시 ‘이금영’이라는 잘못된 이름이 붙여졌다. 주검을 확인하던 이씨의 어머니가 신씨를 이금영씨로 잘못 지목했기 때문이다. 주검은 5월29일 이금영이란 이름으로 시립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20여일 뒤인 6월21일 이씨가 전남·북 계엄분소였던 상무대 영창에 구금된 채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신씨의 주검은 이때부터 41년 동안 이름을 잃었다.

신씨 동생은 이날 “행불자 보상신청에서 떨어진 후 사실상 형을 찾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앞으로 형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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