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제주시 연동 신대로의 담팔수 가로수길을 걷고 있다. 허호준 기자
이국적이고 푸른 제주를 상징하는 가로수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제주공항에 내려 신제주 마리나호텔~케이시티브이(KCTV)제주방송 입구 1.8㎞ 구간을 걷거나 운전하면서 제주에 왔음을 느낀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를 상징하는 무성하게 자란 푸르른 담팔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3년 5월 이 길을 전국에서 ‘나들이하기 좋은 가로수길’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신대로의 담팔수는 제주시 신시가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1979년을 전후해 식재됐다. 담팔수는 그동안 무성하게 자라 건물 2~3층 높이로 컸고, 겨울철에도 푸른 빛깔로 관광객과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산림청의 ‘나들이하기 좋은 가로수길’로 선정된 제주시 신제주 신대로길의 담팔수 가로수들이 병해충에 걸려 고사해 후박나무 등 제주 고유수종으로 대체되고 있다. 허호준 기자
그러나 2016년께부터 파이토플라스마가 유행하면서 상당수의 담팔수가 고사했다. 이에 제주시는 지난해 4월부터 전문가 논의를 통해 60여그루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후박나무를 대체목으로 심었다. 식재된 나무가 자랄 때까지는 20~30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국적 풍경을 선사하며 제주의 명물로 인기를 끌었던 워싱턴야자도 마찬가지다. 1982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신제주 번화가와 중문관광단지, 해수욕장 주변 등에 식재된 워싱턴야자는 이국적인 제주의 상징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식재된 야자수는 모두 1152그루로, 읍·면 지역을 빼면 동 지역에 850여그루 정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야자수도 식재된 지 30~40년이 지나면서 높이 10m 이상 자라 강풍에 꺾이거나 넘어져 정전 사고를 유발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식재된 지 30~40년이 된 워싱턴야자수. 높이 10m 이상으로 자라면서 강풍에 꺾여 정전 사고가 일어나거나 제대로 자라지 않아 제주 고유수종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이에 제주시는 2015년부터 해마다 1억~1억4천만원을 들여 재해 위험이 우려되는 야자수 전정(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2018년 시 녹지조성자문회의에서는 위험 야자수를 제거하자는 의견을 모았고, 제주도 ‘도시림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도 후박나무와 산딸나무, 먼나무 등 고유수종을 야자수 대체수종으로 선정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1억4600만원을 들여 제주시 가령로 등 9개 노선의 워싱턴야자 가로수 675그루를 대체수종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키가 작거나 해수욕장 주변의 야자수를 제외하고 연신로 등 번화가의 키 큰 나무를 제거하고 대체수종으로 심어 도심 경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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