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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배·보상금 ‘차등지급 검토’ 논란

등록 2021-08-22 17:47수정 2021-08-23 02:00

나이·성별·직업 따라 차등 산정
행안부·용역기관 검토 알려지자
유족회 반발 “배상등급 반대”
제주4·3 희생자 유족이 지난 4월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희생자 유족이 지난 4월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정부가 4·3 희생자들의 나이와 직업, 성별 등에 따라 위자료를 다르게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배상 등급을 매기는 것은 희생자를 두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2일 제주4·3유족회와 제주도 등의 말을 들어보면, 행정안전부와 배·보상 관련 용역을 맡은 한국법제연구원 등은 지난 6일 유족회 역대 회장과 고문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2월 개정된 제주4·3특별법은 배·보상 성격의 위자료를 희생자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행안부 쪽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위자료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3 당시 제주도민들의 평균 임금을 조사한 적이 없어 가장 가까운 시기인 1954년 조사한 전국 평균 임금을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며 “그렇게 산출한 평균 임금과 당시 평균 수명을 고려해 노동 가능 나이를 20살에서 55살로 잡아서 위자료를 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행안부와 용역기관의 검토안으로 알려진 이 방안은 ‘잃어버린 이익’(일실이익)에 따른 차등지급 방식이다. 일실이익이란 손해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예측하는 이익을 말한다. 보통 교통사고 사망자에게 적용하는 ‘호프만식 계산법’이 이 방식으로, 숨지지 않았을 상황을 가정해 정년까지 받을 월급이나 소득을 기준으로 지급금을 산정한다. 행안부가 고려하는 방식대로 위자료를 계산하면 희생 당시의 나이나 성별, 직업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4·3특별법이 개정될 때 환영집회까지 열었던 유족들은 차등지급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족회는 “보상 개념을 제시한 ‘일실이익’은 나이, 성별, 직업 등에 따라 차등 산정하게 돼 희생자별로 지급액의 편차가 극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위적인 판단을 통해 희생자 배상 등급을 매기겠다는 것으로 희생자를 두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70여년 전의 희생자들을 따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런 식의 지급 방안을 확정한다면 직업과 나이 등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고, 유족들 간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긴다. 4·3특별법의 개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원로도 “어느 생명이 귀하고 어느 생명이 귀하지 않은 것이냐”며 비판했다.

유족들은 각기 다른 위자료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임종 유족회장은 “배·보상금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이 없으면 더 큰 갈등과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희생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일일이 따져서 등급을 매긴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검토 중인 차등지급 방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용역에 들어간 행안부는 이달 말 배·보상 지급 기준 관련 용역이 마무리되면 보완입법에 앞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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