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대정현성 서문지에 있는 돌하르방(민속자료 2-34호)이 13~14세기 돌궐계 석인상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의 대표적 상징인 ‘돌하르방’이 돌궐계 석인상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권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2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제주 불교문화 조사연구 연계 학술대회’ 발표에 앞서 돌하르방 기원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며 “일부 돌하르방 조성 시기는 몽골의 탐라 지배기와 관련이 높다. 제주 읍성 중 하나인 대정현성 돌하르방 중 4기는 13세기 후반~14세기 전반기에 제주도 목장을 관장했던 몽골제국의 킵차크한국 출신 하치(목동)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치들이 고향의 돌궐계 석인상들을 모방해 제주도에서 석상을 만든 것이 돌하르방의 기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정현성과 정의현성의 돌하르방 조성 시기가 제주읍성 돌하르방이 만들어진 1754년이나 그 이후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성의 축조 등을 보면 대정현성 돌하르방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며 “특히 대정현성 돌하르방 중 서문지 돌하르방(민속자료 2-34호)에서 외래적 요소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 돌하르방들은 유라시아 초원지대 돌궐계 석인상에서 볼 수 있는 △평평한 평면적 얼굴 △이중동심원을 타원형으로 만들어 돌출한 눈 △목 둘레가 띠 형태의 음각으로 파여 있고 턱 아랫부분에 11자 형태의 복장선이 양각선으로 돌출된 복장 △다른 돌하르방이나 육지의 석장승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허리띠 표현 등을 공통으로 지닌다는 점도 정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 교수는 “이 돌하르방들이 15세기 전반기 대정현성 성문 앞으로 옮겨가며 성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부여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도 돌하르방은 전통문화가 유라시아 대륙과 교류를 통해 새롭게 창안해 낸 아시아 대륙의 대표적인 석인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제주도 돌하르방의 기원 연구는 그동안 남방기원설, 북방기원설, 제주자생설 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최근에는 13~14세기 조성된 몽골지의 석인상인 훈촐로와의 연관성 등을 주장하는 북방기원설과 육지전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