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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아버지 유해, 75살 딸이 껴안고…눈물의 4·3 안치식

등록 2022-02-10 16:32수정 2022-02-11 02:30

[현장] 제주서 유해 5구 신원확인 보고회
“1살 때 행방불명…74년 만에 찾은 아버지”
검찰, 수형인 20명 첫 직권재심 청구
제주4·3 당시 희생된 고군현(당시 21)씨의 딸 고산옥(75)씨가 1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서 74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안치하려 하고 있다.
제주4·3 당시 희생된 고군현(당시 21)씨의 딸 고산옥(75)씨가 1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서 74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안치하려 하고 있다.

“언젠가 어머니 꿈속에 아버지가 나타났는데, 그립던 아버지를 만난 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어요. 할머니가 ‘이제 됐다’며 빌고 빌어 아버지가 떠난 뒤에야 어머니 병이 나았지요. 귀신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74년 만에 찾은 아버지 유해를 제주4·3평화공원 안 유해봉안관에 안치하게 된 고산옥(75·서귀포시 대정읍)씨가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1948년 당시 9연대 병사였다가 토벌대에 연행된 뒤 행방불명된 아버지(고군현·당시 21)에 대한 그리움과 이후 남겨진 어머니와 가족들의 신산했던 삶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씨는 “어머니와 함께 고구마를 삶아 팔고, 산에서 땔감을 베어 모슬포 매일장에서 팔면서 고생했던 생각이 나서…”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김영숙(74)씨는 “1948년 딸 출산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일본에서) 고향에 귀국하신 아버지는 3일이란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가족들과 헤어졌다”며 가족사를 회상했다. 김씨 아버지 김석삼(당시 35)씨는 1948년 12월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 중 행방불명됐다. 김씨는 “74년이란 세월이 흐른 오늘, 아버지가 그 딸 등 가족을 다시 만났다. 이제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를 편히 모시게 돼 자녀로서 도리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제주시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학살 암매장된 지 74년, 유해가 발굴된 지 14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유족들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든 희생자는 고군현·김석삼씨와 김영송(당시 31), 김규희(당시 24), 양희수(당시 25)씨 등 5명.

이들은 1948~1949년 군법회의 관련 희생자 등으로 지난 2007~2008년 제주공항에서 발굴됐다. 발굴 직후부터 10여년째 신원확인 작업이 진행돼 왔는데, 최근 서울대 법의학교실에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NGS3)을 이용해 이들 5명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희생자 가운데 김규희씨는 지난해 누나 김공열(101) 할머니의 채혈을 통해 극적으로 신원확인이 이뤄졌다. 김 할머니는 이날 추운 날씨로 인해 보고회 현장에 나오지 못했다.

당시 제주4·3연구소 주도로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는 모두 387구. 이 가운데 이번에 확인된 유해를 포함해 136구 신원이 확인됐다.

한편, 지난해 11월24일 출범한 광주고검 소속 제주4·3사건직권재심권고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은 이날 제주지법에 4·3 관련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20명의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그동안 수형 생존자와 유족들 재심청구는 있었지만,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수행단은 지난해 2월 개정된 제주4·3특별법에서 4·3수형인들 직권재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따라 구성됐다.

합동수행단은 “행정안전부, 제주도,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군법회의 수형인들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직권재심을 청구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1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2007~2008년 제주공항에서 발굴한 4·3 희생자 유해 5구의 신원 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1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2007~2008년 제주공항에서 발굴한 4·3 희생자 유해 5구의 신원 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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